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시부야 유리
- 후타모니
- 오이카와 토오루
- 청립
- 아베 타카야
- 시부야 쇼리
- 키세 료타
- 아베미하베
- 급암
- 후타쿠치 켄지
- 키카사
- 아오미네 다이키
- 카사마츠 유키오
- 모니와 카나메
- 모리야마 요시타카
- 마유카사
- 아오카사
- 먹립
- 황립
- 콘유
- 카이조
- 마유즈미 치히로
- 니시우라
- 아베미하
- 오늘부터마왕
- 코보리 코우지
- 스가와라 코우시
- 웰러 경 콘라트
- 미하시 렌
- 사와무라 다이치
- Today
- Total
찢긴 날
봄이요……꽃이요……알레르기다. 후타쿠치가 점심 도시락을 챙겨 3학년 교실로 올라갔을 때 모니와는 자고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벽에 기대 앉은 채로. 아무리 졸업 직전인데다 4월 출근이 확정된 맘 편한 입장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좀 자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가디건을 돌돌 말아서 머리에 받치기까지 하고. 후타쿠치가 빤히 들여다봐도 미동도 없다. “모니와 씨.” 이름을 불러도, 툭 치면 까딱까딱하다 쓰러질 것 같은 자세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완전 잠들었네. 후타쿠치는 두 번은 다정하게 불러 주지 않는다. 평소보다 살짝 위로 들려 있는 작은 턱과 뺨을 붙잡으려고 손을 내미는데, 그 옆자리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카마사키가 야, 임마. 하고 소리죽여 부르면서 후타쿠치를 제지했다...
선배가 정말정말 보고 싶은 밤임다. 잠깐 사이에 계절이 바뀌어 버렸어요. 여기는 우리 동네보다 한 발 먼저 꽃이 만개했슴다. 게다가 붉어요. 우리가 아는 벚꽃은 핑크색이면서도 흰색에 가깝잖아요? 여기 꽃은 흰색이 안 섞인 것 같아요.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 서니까 진한 분홍색이 큼직큼직하게 매달려 있어서 난 꼭 쓰러질 것만 같았어요. 아찔한 거 있죠, 향도 엄청 강하고. 도쿄는 아직 벚나무보다는 삼나무죠. 선배 화분증 약은 잘 챙겨 먹고 있슴까, 약 먹으면 입이 마르니까 물 자주자주 마셔 두라고 했죠. 술 먹지 말고요. 나 없다고 밤마다 방탕하게 맥주 파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됨다. 아니, 호로O이도 츄하O도 안 돼요. 좀 외롭잖아요, 여럿이서 마시고도 혼자 남은 방에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은. 선배..
“모니와 카나메 씨.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었네요?” '취미'에도 '특기'에도 써 두지 않은 것이었다. '실패작'이었던 그의 3년간은 실제로 실패로 끝났다. 특기 란은 망설일 것도 없이 지나쳤지만 취미 란에서는 오래도록 펜이 멈춰 있었다. 특기라기엔 당치도 않았고 취미라기에는 조금 더 절박했다. 그리고 그는 얻어낸 것이 없었다. 어쩌면 여름이 오기 전에 후타쿠치에게 번호를 넘겨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면 후타쿠치가 화를 낼 게 뻔했으므로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게다가 취업원서에는 딱히 쓸 필요도 없는 거고. 하지만 학교에서 특별 전형으로 넘어간 서류에는 세세한 생활기록부 뒷장의 항목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테공업고등학교 2012년 남자배구부, 주장. 눈앞의 면접관은 그것을 읽고 있..
저놈의 김조림, 진짜. 후타쿠치는 알록달록하게 히라가나로 인쇄된 패키지를 쏘아보았다. 꼭 밥 안 먹는 애들 먹이는 어린이용 반찬 같이 생겼다. 지독하게 바쁜 건 알겠는데 굳이, 집에서 기껏 한 끼 먹는 밥을 이거 하나만 비벼서 먹어치울 필요가 있을까? 실컷 밑반찬 만들어 놓으니까. 후타쿠치는 수면부족이니 피로니 주워섬기지만 김 과다섭취가 아닐까 싶도록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모니와의 눈가를 내려다보면서 이를 갈았다. 분노의 방향이 잘못됐다. “밥! 제대로 안 먹으면! 나 집 나가요! ”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모니와는 겁먹은 토끼처럼 어깨를 움찔했다. 겁주려던 게 아닌데. 하지만 효과는 있는지 모니와가 고항데스요의 뚜껑을 돌려 닫더니 주섬주섬 반찬을 꺼내기 시작한다. 후타쿠치가 짬을 내 해 놓은 밑반..
“그래서, 오늘이 며칠이죠? 사와무라 씨?” 방긋방긋 웃으며 묻는 말꼬리에 가시가 돋쳐 있다. 사와무라는 과장되게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언제나라면 이 위치에 있는 건 쿠로오였는데. 쿠로오가 커다란 양손으로 사와무라의 움츠린 양 어깨를 움켜쥐었다. 속이 안 보이게 눈을 가늘게 하고 웃으면서. 물론 안 보이는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거란 건 사와무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미안.” “해가 바뀐 지도 며칠 몇 달인데!” “아니, 뭐 대단한 거라고.” 별 것도 아닌데. 볼멘소리도 아니다. 사와무라는 생각한 대로 말했을 뿐이다. 쿠로오의 손 안에 있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런데 그게 쿠로오의 스위치를 잘못 누른 것 같다. “사와무라!” 폭발 스위치를. “나 네 애인 아니냐? 애인한테 생일도 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