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황립/키카사] 봄꽃감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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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립/키카사] 봄꽃감성❀

motschi 2016. 4. 4. 23:19



  선배가 정말정말 보고 싶은 밤임다. 잠깐 사이에 계절이 바뀌어 버렸어요. 여기는 우리 동네보다 한 발 먼저 꽃이 만개했슴다. 게다가 붉어요. 우리가 아는 벚꽃은 핑크색이면서도 흰색에 가깝잖아요? 여기 꽃은 흰색이 안 섞인 것 같아요. 커다란 벚나무 아래에 서니까 진한 분홍색이 큼직큼직하게 매달려 있어서 난 꼭 쓰러질 것만 같았어요. 아찔한 거 있죠, 향도 엄청 강하고.

  도쿄는 아직 벚나무보다는 삼나무죠. 선배 화분증 약은 잘 챙겨 먹고 있슴까, 약 먹으면 입이 마르니까 물 자주자주 마셔 두라고 했죠. 술 먹지 말고요. 나 없다고 밤마다 방탕하게 맥주 파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됨다. 아니, 호로O이도 츄하O도 안 돼요. 좀 외롭잖아요, 여럿이서 마시고도 혼자 남은 방에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은.

  선배, 난 사실 아직도 손바닥 안에, 목덜미에, 여리고 단단한 살의 곳곳에 선배의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슴다. 마지막으로 보들보들한 곳을 맞댄 게 꼭 어젯밤 같아요. 아니면 어젯밤에 꿈을 꿨는지도 모름다. 그건 사실 깊은 데까지 들어갔어도 안 들어갔어도 좋은 걸. 그냥 같은 침대에서, 소파도 좋으니까, 그냥 선배랑 딱 달라붙어서 빈둥거렸으면 좋겠슴다. , 집에 가고 싶어.

  선배 보고 싶어. 선배는 자주 눈썹 찡그리고 싫은 표정을 하지만, 난 그런 얼굴도 좋아함다. 삐죽이 내민 입술이 말랑말랑하고 귀엽거든요. 거기에 딱 맞춰서 쪽 하고 입을 맞추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선배는 익숙해지지도 않고 깜짝 놀라고요. 그러면 나는 정말 참을 수가 없게 돼 버려서, 선배를 끌어안고 귀 뒤에, 볼록 내민 목뼈 위에, 날개가 있었을 법한 곳에 소리내어 입을 맞추고 흔적을 남기죠. 이를 세워서 잘근잘근하고 나서 질척한 소리가 나게 쭈욱 빨아올리면 선배는 내 등을 퍽퍽 때리고, ……, 좀 눈물 날 것 같슴다. 얼굴 보고 말하고 싶어.




  글자는 화면에 가득차고도 넘쳤다. 카사마츠는 대수롭지 않게 엄지손가락으로 메시지 위를 움직여서 한 번 빠르게 스크롤하고는, 반대쪽 손에 들고 있던 맥주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키세는 해외 로케 중, 집을 떠난 지는 하루 반. 일정은 이동 시간을 포함해서도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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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 Deutschland 

이래서 커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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