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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모니] 배구 했습니다

motschi 2016. 3. 27. 17:59



  “모니와 카나메 씨.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었네요?”


  '취미'에도 '특기'에도 써 두지 않은 것이었다. '실패작'이었던 그의 3년간은 실제로 실패로 끝났다. 특기 란은 망설일 것도 없이 지나쳤지만 취미 란에서는 오래도록 펜이 멈춰 있었다. 특기라기엔 당치도 않았고 취미라기에는 조금 더 절박했다. 그리고 그는 얻어낸 것이 없었다. 어쩌면 여름이 오기 전에 후타쿠치에게 번호를 넘겨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면 후타쿠치가 화를 낼 게 뻔했으므로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게다가 취업원서에는 딱히 쓸 필요도 없는 거고.

  하지만 학교에서 특별 전형으로 넘어간 서류에는 세세한 생활기록부 뒷장의 항목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테공업고등학교 2012년 남자배구부, 주장. 눈앞의 면접관은 그것을 읽고 있었다.

  모니와 씨, 얕잡아 보이면 안 돼요. 이 얼굴이면 일 시키기 못 미더울 걸요. 후타쿠치가 놀리듯이 당부한 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모니와는 애써 또릿하게 지키고 있던 자기 인상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딴딴하게 끌어올린 양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으니까.


  “......, 했습니다.”


  거짓말이 아닌데 떳떳하지가 않다. 바짝 편 등줄기가 자꾸 앞으로 수그러진다. 과연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면접관도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눈썹을 꿈틀한다. 진정해, 지금은 면접 중이다. 이 얘기는 여기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지원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친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하이 첫날 오후, 채 날이 저물기 전에 ‘올해’를 끝내 버린, 주장으로서는, 입맛이 썼다.

  결국 면접은 말아먹었다. 그 뒤로 묻는 말이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었다. 평소엔 지지리도 말 안 들으면서 ‘봄 대회’, ‘복수하자’, ‘대책 세우자’ 따위의 기특한 말을 늘어놓던 후타쿠치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울 듯 말 듯한 표정이었지. 아니, 울 것 같은 건 모니와 자신이었다.


  “모니와 씨!”


  비틀거리면서 회사 건물을 나오자, 면접 중에 몇 번이나 떠올린 후타쿠치의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퍼뜩 놀라 고개를 드니 새삼, 교복을 반듯하게 챙겨 입은 후배가 서 있다. 모니와보다 한 해 새 것이라 선이 곧은 녹색 교복. 웬일인지 넥타이도 셔츠 단추도 풀어헤치지 않고 똑바로 입고 있다. 짝발도 딛지 않고, 주머니에 손도 넣지 않고, 젤리도 안......, 젤리는 먹고 있군. 모니와는 동그랗게 뜬 눈을 꿈벅였다.


  “, 얼빠진 얼굴. 이거 떨어지겠네.”

  “, , 후타쿠치?”

  “왠지 이러고 나올 것 같아서 데리러 왔어요.”


  모니와 씨가 다닐지도 모르는 회사니까 나도 신경 좀 썼는데. , 또 기특한 말을 한다. 혹시 회사 사람이 볼지도 모르니까 후타쿠치도 책 잡히지 않을 정도로 단정하게 하고 온 거다. 원래부터 결이 좋긴 하지만 머리카락도 착실하게 빗겨 있고.


  후타쿠치, 너는 아까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내년의 너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지금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후타쿠치니까, 아마 어깨를 쫙 펴고 받아칠 것이다. 그럼요, 다테의 철벽 출신인걸요.

  처음 와 보는 회사 건물 앞에서 한 살 위의 선배보다도 여유 있어 보이는 17살을 보며 모니와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침에 젤을 이용해서 억지로 눌러 놓은 곱슬머리가 조금씩 삐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지속력이다.


  “~ 울긴 왜 울어요, 못난 얼굴 더 못나지게.”

  “우윽, 안 울, ......”

  “모르는 것만 잔뜩 물어봤나? 바보같이 하고 온 거 아니에요?”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진짜 떨어지겠다. 애기예요? 볼멘소리처럼 중얼거린 후타쿠치가 손목을 끌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모니와는 붙잡히지 않은 다른 손등으로 눈가를 훔치면서 따라갔다. 단추를 꼭꼭 잠근 후타쿠치의 블레이저가 움직임에, 평소와는 다른 모양의 주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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