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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후타모니 (3)
찢긴 날
봄이요……꽃이요……알레르기다. 후타쿠치가 점심 도시락을 챙겨 3학년 교실로 올라갔을 때 모니와는 자고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벽에 기대 앉은 채로. 아무리 졸업 직전인데다 4월 출근이 확정된 맘 편한 입장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좀 자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가디건을 돌돌 말아서 머리에 받치기까지 하고. 후타쿠치가 빤히 들여다봐도 미동도 없다. “모니와 씨.” 이름을 불러도, 툭 치면 까딱까딱하다 쓰러질 것 같은 자세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완전 잠들었네. 후타쿠치는 두 번은 다정하게 불러 주지 않는다. 평소보다 살짝 위로 들려 있는 작은 턱과 뺨을 붙잡으려고 손을 내미는데, 그 옆자리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카마사키가 야, 임마. 하고 소리죽여 부르면서 후타쿠치를 제지했다...
“모니와 카나메 씨. 고등학교 때 배구를 했었네요?” '취미'에도 '특기'에도 써 두지 않은 것이었다. '실패작'이었던 그의 3년간은 실제로 실패로 끝났다. 특기 란은 망설일 것도 없이 지나쳤지만 취미 란에서는 오래도록 펜이 멈춰 있었다. 특기라기엔 당치도 않았고 취미라기에는 조금 더 절박했다. 그리고 그는 얻어낸 것이 없었다. 어쩌면 여름이 오기 전에 후타쿠치에게 번호를 넘겨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면 후타쿠치가 화를 낼 게 뻔했으므로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게다가 취업원서에는 딱히 쓸 필요도 없는 거고. 하지만 학교에서 특별 전형으로 넘어간 서류에는 세세한 생활기록부 뒷장의 항목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테공업고등학교 2012년 남자배구부, 주장. 눈앞의 면접관은 그것을 읽고 있..
저놈의 김조림, 진짜. 후타쿠치는 알록달록하게 히라가나로 인쇄된 패키지를 쏘아보았다. 꼭 밥 안 먹는 애들 먹이는 어린이용 반찬 같이 생겼다. 지독하게 바쁜 건 알겠는데 굳이, 집에서 기껏 한 끼 먹는 밥을 이거 하나만 비벼서 먹어치울 필요가 있을까? 실컷 밑반찬 만들어 놓으니까. 후타쿠치는 수면부족이니 피로니 주워섬기지만 김 과다섭취가 아닐까 싶도록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모니와의 눈가를 내려다보면서 이를 갈았다. 분노의 방향이 잘못됐다. “밥! 제대로 안 먹으면! 나 집 나가요! ”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모니와는 겁먹은 토끼처럼 어깨를 움찔했다. 겁주려던 게 아닌데. 하지만 효과는 있는지 모니와가 고항데스요의 뚜껑을 돌려 닫더니 주섬주섬 반찬을 꺼내기 시작한다. 후타쿠치가 짬을 내 해 놓은 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