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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모니] 고항데스요!

motschi 2016. 3. 21. 23:42



  저놈의 김조림, 진짜. 후타쿠치는 알록달록하게 히라가나로 인쇄된 패키지를 쏘아보았다. 꼭 밥 안 먹는 애들 먹이는 어린이용 반찬 같이 생겼다. 지독하게 바쁜 건 알겠는데 굳이, 집에서 기껏 한 끼 먹는 밥을 이거 하나만 비벼서 먹어치울 필요가 있을까? 실컷 밑반찬 만들어 놓으니까. 후타쿠치는 수면부족이니 피로니 주워섬기지만 김 과다섭취가 아닐까 싶도록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모니와의 눈가를 내려다보면서 이를 갈았다. 분노의 방향이 잘못됐다.


  “밥! 제대로 안 먹으면! 나 집 나가요! ”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모니와는 겁먹은 토끼처럼 어깨를 움찔했다. 겁주려던 게 아닌데. 하지만 효과는 있는지 모니와가 고항데스요의 뚜껑을 돌려 닫더니 주섬주섬 반찬을 꺼내기 시작한다. 후타쿠치가 짬을 내 해 놓은 밑반찬이다. 뭐, 그걸 지켜보는 후타쿠치는 눈 뜨자마자 젤리를 먹고 있었지만.


  “지는 군것질이나 하면서. ”

  “뭐라고요? ”

  “아니다아…….”


  바빠 죽겠는데. 아직 잠이 덜 깨 깔깔한 입안에 밀어넣는 집밥은 아무 맛도 안 났다. 하지만 무섭게 도끼눈을 연하의 애인 앞에서 내색할 수는 없었다.

  모니와도 자기 식생활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다. 김조림 하나로 영양이 충분할 리 없다. 하지만 씻고 튀어나가기 바쁜 직장인의 아침 시간은, 아무리 시간이 남아 있다 해도 조박조박 반찬 1, 2, 3을 꺼내 그릇에 덜고 (반찬통에서 직접 집어먹으면 후타쿠치가 싫어하니까) 된장국(인스턴트지만)을 풀고 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5, 아니 1분이라도 더 침대에서 비비고 있는 게 낫다.


  “반찬 더 해 놓을게요. 김조림은 이제 포기해요.”


  아니, 포기고 뭐고 없거든? 모니와는 대꾸하는 것을 단념하고 급하게 밥을 푹푹 퍼서 입에 밀어넣었다. 싫은 예감이 든다. 후타쿠치는 오늘 오프. 트레이닝복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젤리를 우물거리면서 모니와의 보물을 노려보고 있다. 반보다 조금 덜 되게 남은 고항데스요는 아마 오늘 오전 중에 버려지겠지.


  “……반찬 뭐 해?”

  “모니와 씨가 좋아하는 거.”

  “그럼 김조림.”


  후우------. 후타쿠치가 젤리를 어금니로 꽉 눌러 씹으면서 한숨을 길게 쉬는 게 느껴진다. 본전도 못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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