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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모니] 봄볕창가

motschi 2016. 4. 10. 21:51


  봄이요……꽃이요……알레르기다. 후타쿠치가 점심 도시락을 챙겨 3학년 교실로 올라갔을 때 모니와는 자고 있었다. 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서 벽에 기대 앉은 채로. 아무리 졸업 직전인데다 4월 출근이 확정된 맘 편한 입장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좀 자겠습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가디건을 돌돌 말아서 머리에 받치기까지 하고. 후타쿠치가 빤히 들여다봐도 미동도 없다.


  “모니와 씨.”


  이름을 불러도, 툭 치면 까딱까딱하다 쓰러질 것 같은 자세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완전 잠들었네. 후타쿠치는 두 번은 다정하게 불러 주지 않는다. 평소보다 살짝 위로 들려 있는 작은 턱과 뺨을 붙잡으려고 손을 내미는데, 그 옆자리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카마사키가 야, 임마. 하고 소리죽여 부르면서 후타쿠치를 제지했다.


  “괴롭히지 마. 약 먹어서 자는 거니까.”

  “약?”


  후타쿠치는 평소와 딱히 달라 보이지 않는 모니와의 안색을 보고,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카마사키의 표정을 보고, 그리고 창문 너머에 흩날리고 있는 것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기가 온 것이다. 진급이며 졸업이며를 떠나서, 모니와가 눈과 코를 붉히면서 정신을 못 차리기 시작하는. 당장 지금도 책상에는 교과서 대신 구색을 맞추기 위한 노트 하나와 두루마리 휴지 한 롤, 그리고 반으로 접힌 일회용 마스크 하나가 뒹굴고 있다.


  “밥은 먹어야죠.”

  “3교시 끝나고 먹었어.”

  “운동도 안 하면서 뭘 그렇게 먹어요?”


  기껏 부 활동에서 은퇴한 3학년의 식사에 맞춰서 올라왔더니. 매점에 간식거리를 사러 가려고 했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던 카마사키가 엉덩이를 움찔했다. 후타쿠치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내밀던 중에 좋은 장면을 캐치하고 킬킬 웃었다.


  “살 찌시겠네. 그럼 없던 인기도 더 없어질 텐데.”

  “너 임마, 후타쿠치!”


  적은 노력으로 놀리는 말을 하면 언제나 그랬듯이 카마사키는 큰 소리로 짜증을 냈다. 옆에서 잠든 친구도 잊고. 갑자기 큰 소리가 빵 터지자 모니와가 떠밀리듯이 덜컹 움직였다. 자고 있던 탓에 살짝 벌어져 있던 입술이 뻐끔 닫혔다 열리는 듯한 소리를 낸다. 머리를 받치던 가디건이 휴지 위로 떨어지고 모니와는 겨우 눈을 떴다. 떴다기보단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올리는 것 같았다. 꺼벙하게 반만 연 눈이 흐릿하게 초점을 찾아 맴돌다가 어렵게 후타쿠치 앞에 멈춰섰다.


  “아주 푸욱 잤네요, 모니와 씨.”

  “……후타쿠치이.”


  깔깔하게 마른 목소리가 나른하게 늘어진다. 이건 입을 벌리고 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졸음과 함께 약의 부작용이기도 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서 색이 탁해져 보일 정도고. 버릇처럼 엄지손가락이나 자기 입술을 대서 만져 보지 않아도 그 면이 거칠거칠해져 있을 게 뻔했다. 안타깝게도 후타쿠치는 립밤을 챙겨 다니기는커녕 이 상황에서 립밤의 존재를 떠올릴 만한 타입이 아니었다. 대신 옆에 있는 선배에게 당당하게 물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


  “카마사키 씨, 어차피 매점 갈 거였죠.”

  “간다, . 이 자식아.”


  모니와 때문인 줄 알아. 카마사키는 반쯤 책상을 걷어차듯이 하고 교실을 떠났다. 모니와는 아직 머리가 멍한지 느릿느릿 고개를 돌려서 그 뒷모습을 쫓는 듯하다가, 후타쿠치가 얼굴 앞에 손을 내밀자 그대로 턱을 갖다댔다. 볕 좋은 날 비벼 오는 새끼고양이처럼. 후타쿠치의 손등에 옆턱에서부터 뺨까지를 대고는 다시 그대로 잠들 듯이 무게를 싣는다.


  “졸려요?”

  “응…….”

  “이미 자고 있잖아. 자요, 괜찮아요.”


  으응……. 대답이 막 입 밖으로 나오려다가 다시 목 안으로 굴러떨어진다. 겨우 반이나 밀어올리고 있던 눈꺼풀이 다시 주르륵 처졌다. 짧지만 먹색 머리카락만큼이나 새까만 속눈썹이 눈두덩 아래로 아주 작게 펼쳐진다. 불필요한 힘이 빠진 잠든 눈은 꼭 엷게 웃는 것처럼도 보인다. 후타쿠치는 그 위에 살짝 손가락을 대 보고도 싶어졌지만, 모니와의 머리가 지지할 곳도 없는 한쪽 손등 위로 묵직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으므로 단념했다. 대신 모니와의 얼굴이 그대로 책상에 부딪히지 않도록 살살 받쳐서 제대로 엎드리게 해 주었다. 옆얼굴이 책상 위로 눌려서 볼이 한층 더 통통해진다.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의자도 살짝 뒤로 뺐다. 그러자 봄볕이 등 위로 쏟아졌다. 언덕처럼 둥글게 만 진녹색 등에 손을 올리자 그대로 따스함이다. 도시락은 5교시 후에 먹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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