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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쿠로다이] bxxxxday 본문
“그래서, 오늘이 며칠이죠? 사와무라 씨?”
방긋방긋 웃으며 묻는 말꼬리에 가시가 돋쳐 있다. 사와무라는 과장되게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언제나라면 이 위치에 있는 건 쿠로오였는데. 쿠로오가 커다란 양손으로 사와무라의 움츠린 양 어깨를 움켜쥐었다. 속이 안 보이게 눈을 가늘게 하고 웃으면서. 물론 안 보이는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거란 건 사와무라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미안.”
“해가 바뀐 지도 며칠 몇 달인데!”
“아니, 뭐 대단한 거라고.”
별 것도 아닌데. 볼멘소리도 아니다. 사와무라는 생각한 대로 말했을 뿐이다. 쿠로오의 손 안에 있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런데 그게 쿠로오의 스위치를 잘못 누른 것 같다.
“사와무라!”
폭발 스위치를.
“나 네 애인 아니냐? 애인한테 생일도 안 가르쳐주는 게 말이 돼?”
사와무라의 생일은 12월 31일. 그리고 지금은 추위도 걷혀 가는 3월이다. 사와무라와 쿠로오가 얼굴을 알게 된 건 일 년 전의 늦봄이고 교제를 시작한 건 그보다 조금 뒤다. 그 사이에 쿠로오의 생일이 한 번 있었고, 그 때는 사와무라가 짧게 라인 메시지를 보냈었다. 도쿄는 그 때 봄고 예선 중이었던 탓에 정신없이 넘긴 게 실수였다. 사와무라 네 생일은 언제냐고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치켜세워진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헤집는 쿠로오를 보며 사와무라는 눈썹을 늘어뜨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했잖아.”
“그게 아니잖아!”
쿠로오가 사와무라의 눈앞에 바싹 얼굴을 가져와 댔다. 웃음을 그친 눈매는 날카로운 데다 그늘이 껴 있었다. 이건 곤란하다. 사와무라 나름으로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이다. 아니, 물어봤다면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일을 알려 주면, 보통은 가족과 보내야 할 그믐날에 말도 없이 신칸센을 잡아타고 올 거라고도 생각했다. 어쩌면 사와무라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발언이 계기가 되어 뜻밖의 선물을 들고 올지도 몰랐다. 유명 브랜드의 배구화나 스포츠용 티셔츠나 뭐 그런 것들을 무의식 중에 ‘갖고 싶다’고 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쿠로오 테츠로는 그런 애인이었다. 기쁘고 사랑스럽지만 그런 만큼 더 마음 쓰게 하고 싶지 않은.
“난 네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
“그냥 좀, 부담 주긴 그렇잖아. 날짜도 날짜고.”
이해……, 라기보단 좀 포기한 것 같다. 눈초리가 좀 누그러진다. 쿠로오는 사와무라의 코앞에 닿을 듯하던 얼굴을 그대로 목덜미에 파묻었다. 한숨 같은 묵직함이 사와무라의 어깨를 꾸욱 누른다. 손을 들어서 검은 뒷머리를 살살 쓸면, 뾰족뾰족할 것 같은 머리칼도 푸슬푸슬, 손가락이 쉽게 들어간다. 어디가 됐든 보기와 다르게 여린 데가 있다.
“아무튼 미안.”
“……아냐.”
아냐. 늦었으면 어때. 고개를 든 쿠로오는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멀쩡한 얼굴이었다. 방긋방긋 웃는 걸 보면 완전히 용서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그 날 오후 사와무라는 진짜로 아O다스 매장에 끌려가서 알 듯 모를 듯한 커플 져지를 사 입게 됐다.)
* 제 생일도 조금 전에 끝났습니다!ㅋㅋㅋ다이치와 같은 마음으로 보넀습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신기하게 아시고 축하해 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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