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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아침에 좀 습기가 차는 듯하더니 점심쯤부터 비가 왔다. 우산을 안 챙겨온 것도 문제지만, 날이 습하니까 정말 딱 죽고 싶을 만큼 짜증이 났다. 머리카락은 빗어도 빗어도 여기저기 꾸불꾸불해져서 말려 올라가고, 기분 때문이겠지만 몸도 좀 처지는 느낌이다. 여름방학 중의 보충수업은 정규수업보다도 더 가혹하게 느껴져서 완전히 진이 빠졌다. 교실에 틀어 둔 선풍기 바람 정도로는 습기가 걷히지 않는다. 게다가 수업이 다 끝난 빈 교실은 적막해서 어딘가 더 묵직한 기분. 공기에 어깨를 꾹꾹 짓눌리는 느낌에 나는, 결국 굴복했다. 책상에 반쯤 엎드려서, 앞자리에서 프린트 한 장에 집중한 남자의 뒷모습을 구경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지켜봤지만 훌륭하게 어깨가 넓어져서, 이제 제법 멋있어진 실루엣이다. 남방처럼 풀어헤친..
"하아ㅡ"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 창을 등지고 서류작업이나 해야 한다니. 물론 어제도 그저께도 날씨는 좋았다. 사실 오늘 처리해야 할 서류가 이렇게나 쌓여 있는 것은 어제 피크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어제는 도시락을 챙겨서 신나게 뛰어나가며, 내일 열심히 할게! 하고 장담했지만 막상 그 내일이 오늘로 다가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법이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리 열심히 일하니까, 그레타도 옆에서 책 읽을게! 하고 기특하게도 두꺼운 책을 가져와 옆에서 꼬물거리던 그레타가 갑자기 아니시나를 만나겠다며 나가버린 뒤로 권태감은 더했다. 시부야 유리 하라주쿠 불리. 사자성어처럼 늘어선 여덟 자의 한자를 기계적으로 써내려간다. 첫 서명을 잘못한 죄로, 진마국 국왕의 공식 서명은 하라주쿠 불리까지..
드림물 주의 *** 테이블 건너에서 열심히 프린트를 읽어내려가고 있는 남자를 흘끔 바라본다. 이따금씩 안경을 치켜올리는 모습이 정말 모범생같은 사람이다. 라떼를 가져다 줬는데 점점 식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린트를 정독한다. 별로 멋은 부리지 않지만, 수수하니 잘생긴 외모다. 둥근 금속 테 안경은 유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나이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평범한 아이보리색 남방도, 의외로 어깨가 넓고 단단한 듯해서 괜찮아 보인다. 다만, 한 모금 마시더니 거의 손도 안 댄 그의 라떼가 신경쓰였다. "시부야."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본다. 집중하고 있었는지 살짝 미간을 찡그리고 있다. "커피 식으면 맛없잖아." 그제야 그는 프린트를 내려놓고, 라떼 잔을 잡았다. 딱히 커피를 싫어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