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haz 01 본문

FF14

haz 01

motschi 2017. 4. 24. 22:34



최소한 숨이 돌아온 것은 험한 길 위의 어느 초코보 마차에서였으나, 사실 그는 그 위에서 사람들이 몇 마디 말을 걸고 삭막하지만 광활한 풍경이 지나쳐 간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구토감이 섞인 피로 속에서 "에테르 멀미를 하는구먼"이라는 말이 귀에 스쳤을 뿐이다. 그는 그 초코보 마차의 종착점인 도시에 내려졌고, 주변을 둘러보기 전에 쓰러졌다.


이 도시는 모험가가 많지. 너 같은 부랑자는 특별한 일도 아니라고, 여관을 겸하는 모험가 길드를 지키는 사람들이 말했다. 하지란은 아무렇게나 걸쳐 입었던 검은 재킷 상의와 익숙한 평상복, 그리고 어둡게 타들어간 눈가의 그림자만을 가진, 부랑자였다. 신발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여관 침대 발치에는 본 적 없는 싸구려 가죽신이 놓여 있었다.

이름이 뭐니? 네가 죽기라도 하면, 모험가들의 비석에 네 이름도 새겨 둬야 할 테니까. 끔찍한 소리지만 그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낯선 곳에 떨어져 앉아 있는 자신에 대해 물어야 할 것도, 대답해야 할 것도 많았지만 다만 모험가라는 한 마디로 대충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만은 괜찮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란, 하지란이야. 그렇게만 대답하면 됐다. 그리고는 다른 질문을 눈빛으로 틀어막으면서 '쉬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잠들지 못하더라도 눈만 뜬 채로 소진되어 있기에만도 바쁜 것이었다. 여전히.



-


세상의 시간은 오 년이 먼저 지나가 있었고, 오 년 전으로부터 살아남은 하지란은 아직 생일이 채 지나지 않은 스물여덟이다.

......

그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기력이 찰 때까지는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기만 죽기를 원했는데 자기만이 살아남은 것 같았으니까, 거기를 건드리면 끝도 없는 죄악감에 빠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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