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haz 00 본문

FF14

haz 00

motschi 2017. 3. 26. 22:37



뭔가 잘못됐다. 금기에 가까운 힘이 터졌을 때 시간과 공간이 함께 찢어졌고 그 틈으로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떨어졌다. 개중에 잘못되는 경우가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아무 힘도 사명도 갖지 않았던 사람이 뒤틀린 이동 중 빛의 가호에 덧씌워져 버리는 일이 생겼다고 해도. 통계를 낼 수 없는 규모의 일이었고, 낸다쳐도 얼마든지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그것이 그 넓디넓은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 중 자신이 되기를, 어쩌면 가장 바라지 않는 사람으로서 하지란은 살아남고 말았다.


그는 달라가브가 단순한 위성이 아닌, 악의에 찬 생명이 든 재앙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단념한 뒤였다. 갈망하지 않았고 아쉬워하지 않았다.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입 밖으로 내는 성미는 아니었다. 다만 옆 사람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자연조차 아닌 철로 된 부유물이 화염에 휩싸인 채 추락하면서 지상을 파괴하기 시작했을 때는 가만히 눈을 감고 대비했다. 곧 모든 것이 끝날 것이고, 결말은 정해져 있으므로.


"하지란, 머리 조심해."


불타는 것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의미도 없는 경고가 귀를 스친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이미 뒷덜미를 붙잡혀서 뜨겁게 달궈진 공기 속을 날고 있었다. 거친 동작에 무게가 걸려 목이 졸렸다. 사태를 받아들이기 전에 눈앞과 붕 뜬 발밑과 머리 위와, 순간 좁은 시야에 들어온 공간이 새하얗게 빛났다. 극단적인 고온처럼. 공간 안에는 각기 무기처럼 보이는 것을 든 사람들이 엉켜 있었다.

시야 끝에 얼핏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걸렸다. 형태를 깨달을 틈도 없이 가장 익숙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에는 눈앞에서는 꽉 차 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공간과 동화해서 희게 탈색되기 시작했다. 그는 타들어갈 듯한 빛을 피해 눈을 질끈 감았다. 목을 죄던 무게가 사라지는 느낌에, 그 숨만큼의 여유 공간에 알 수 없는 절망이 덮치는 것을 알았다.


죽는 것보다도 안 좋겠어.


어떤 지식도 없었지만 다만 그가 가지고 태어난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제 뒷덜미를 놓친 손의 행방을 신경쓰려다,


......


강한 어지러움이 덮침과 동시에 의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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