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아베미하베] ハピバ 2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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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미하베] ハピバ 21

motschi 2014. 9. 14. 01:28


미하시 생일축하 합작에 낸거









# 20
봄은 회전목마의 말처럼 자꾸만 자꾸만 돌아왔다.
미하시는 거기에 타지 않았다.





미하시 렌의 기록

[5월 13일]
비가 많이 왔다. 로드워크 대신 실내에서 계단뛰기와 줄넘기를 했다. 낮에도 밤처럼 어둑어둑하고 천둥이 계속 쳤다. 어머니가 차로 데리러 와주셨다. 무서워.

[5월 14일]
새벽에 엄청난 소리로 천둥이 쳤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같았다.
아침에는 다행히 비가 그쳤지만 땅이 젖어 있어서, 오늘 아침연습까지는 실내에서. 등교길에 자전거 바퀴가 미끄러졌는데 모르는 사람이 잡아줘서 넘어지지 않았다. 인사하려고 했는데 가버렸어... 좋은 사람!

[5월 15일]
누가 자꾸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ㅇ

말도 안 돼


[5월 16일]
(공백)


[5월 17일]
잊어버리기 전에 써두고 싶은데, 어떻게 다 써야될지 모르겠다.
눈을 떴더니 생일날 아침. 울었다...




# 15
가까운 곳에서 천둥이 친 건지 밤새 하늘이 번쩍번쩍했다. 비는 아침에 거짓말처럼 그쳤지만 이대로 등교해도 될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타지마에게 연락해 보자 오히려 잔뜩 들뜬 목소리여서, 미하시도 안심하고 자전거를 꺼냈다. 하늘에 구멍이 났나봐! 외계인이 떨어졌을지도 모르니까 잘 보면서 와~ 글쎄 어떨까. 어제 날씨는 정말 이상했으니 타지마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골목길 여기저기에는 아직 비가 잔뜩 고여 있었다. 미하시는 웅덩이를 이리저리 피해 익숙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적어도 학교에 다닌 10년간은 매일매일 탔던 자전거였으므로, 자신있게 발을 움직여 페달을 꾹꾹 눌렀다. 어느 순간 바퀴가 쭉 미끄러지기 전까지는.

'아, 위험, 넘...어져!'

자전거의 무게중심이 급하게 오른쪽으로 쏠렸다. 미하시도 급히 땅을 짚기 위해 다리를 뻗었지만 늦을지도 모르는 타이밍이었다. 미하시는 빗길에 내동댕이쳐질 것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

기다려도 바닥은 부딪혀오지 않았다. 오히려, 등뒤를 자전거째로 덥석 붙잡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양쪽 다리가 안전하게 땅에 닿은 것을 깨닫고 천천히 눈을 뜨자, 붙잡혀있는 듯한 느낌이 사라졌다. 미하시가 얼른 뒤를 돌아보자, 저쪽으로 달려가는 낯선 사람의 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후드를 눌러쓴 키 큰 남자였다. 아는 사람인가...? 미하시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어쨌든 저 사람이 자신을 도와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후드를 쓴 뒷모습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



그것을 시작으로, 미하시는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속적인 건 아니지만 잊을 만 하면 누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고,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그것은 그날도 다음날도, 혼자 길을 걸을 때도, 야구부 연습을 할 때도, 편의점에 들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하시가 산만하게 주변을 살핀 탓에, 이미 여럿을 신경쓰이게 했다. 

"미하시. 왜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니, 야!"

미하시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에 괜히 동화되어, 아베도 덩달아서 버럭 소리쳤다. 아무것도 아니면 좀 진정해! 신경쓰이는 게 있으면 제대로 말하든가! 쩌렁쩌렁한 외침에 미하시는 허리를 바짝 세우며 비명처럼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겁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타, 지마, 군..."
"미하시! 내일 봐!!"

마지막 골목에서 타지마와 헤어지면서, 혼자 남는 게 왠지 불안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 하지만 타지마는 쾌활하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미하시는 슬쩍 뻗은 손이 부끄러워져서 얼른 자전거 핸들에 내려놓았다. 그 때 다시, 낯설게 따라붙는 등 뒤의 느낌. 혼자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집까지 노래라도 부르면서 가자고 생각했다. 우훗, 우후훗, 후-

"...미하시."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 20
어쩌면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 15
느낌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돌아보자, 사람이 서 있었다.


후드를 눌러쓴 키 큰 남자. 미하시는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어제 아침에 자전거를 잡아주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우두커니 서서 미하시를 내려다봤다. 주머니에 양손을 깊이 넣은 채, 후드 아래에 감춰진 눈으로 미하시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미하시를 보고 있었지만 미하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누, 구세, 요...?"

미하시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뒤에야, 남자는 한 손을 올려 후드를 당겼다. 머리를 덮고 얼굴을 가린 후드를 걷으며, 그가 대답했다.

"...나야."

미하시는 제 눈을 의심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아베가, 지친 듯한 얼굴로 쓴웃음을 짓고 서 있다. 아베,군, 무슨, 일,........아니. 몇 초 지나지 않아 미하시는 고쳐 생각했다. 저건 아베군이 아니다. 얼굴과 목소리는 아베를 닮았지만, 어딘가 낯선, 어른이었다. 아베에게 형이 있다면 이 정도일까. 키도 훨씬 더 크고, 어깨도 다부져 보인다. 미하시가 아는 아베는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얼굴인데, 지금 이 사람은 거의 자리잡힌 어른의 얼굴. 치켜올린 듯한 짙은 눈썹과 완만하게 늘어뜨려진 눈꼬리는 그대로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모르겠어? 미하시... 나야. 아베잖아."

그렇게 말하고, '아베'는 또 힘빠진 웃음을 보였다. 미하시가 얼어붙은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보고 싶어서 왔어."





# 20
닿으면, 거기엔 체온이 있을까.
확인하기가 두려워서 손을 뻗지 않았다.





# 15
'아베'의 표정이 너무 절실해 보여서, 미하시는 적당한 이유를 붙여서 늦게 들어가겠다고 집에 연락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대로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언제 사 왔는지 모를 우유를 꺼내 미하시에게 건네고, 자신의 몫으로는 캔 맥주를 하나 땄다. 미하시가 조금 겁내며 양 무릎을 바짝 붙이고 앉은 것을 보고, 그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미하시, 너는 아직 이해 못했겠지만...

"네 기준으로 말하면, 나는 미래에서 온 거야."

스무 살의 아베. 분위기가 달라지고 몸이 커진 것은 5년이나 지났기 때문이었다. 
손에 든 맥주캔을 다 비우도록, 아베는 회상하듯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오랜만에 그라운드 보니까 좋더라.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경식 첫해라 대우가 참 안 좋았어. 마운드도 직접 쌓고 풀도 다 뽑았었지. 여기 길이랑 편의점이랑도 다 그대로야. 뭐 그대로겠지만. 하루 종일 누가 따라오는 듯했던 건 그 때문이었나. 그러고 보니 스무 살의 아베는 목소리가 너무 크지 않아서 듣기 편했다. 말투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져서, 정말 형 같기도 하고 그냥 아예 다른 사람 같기도 했다. 

미하시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5년 동안 아베군은 저만큼이나 자라는구나.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한 거겠지. 나도 키 많이 컸을까? 그러면, 스무 살이 되어도,

"배터리, 같,이, 해... 요?"

같이 야구 하고 있나요?

아베는 막 들이킨 맥주 한 모금을 삼키지도 않은 채 가만히 앞을 바라봤다. 천천히 맥주를 삼켜서 목선이 일렁였다.

"...아니."

미하시가 올려다보는 아베의 옆얼굴은 많이 지쳐 보였다. 원래 잘 웃어 보이지 않는 아이지만, 이런 얼굴을 하는 건 처음 보는 것이었다. 미하시가 잘 알고 있는 눈꼬리를 따라 내려가면, 그늘이 있었다. 아베는 앞만 보고 있는 그대로 이어 말했다.

"너를 못 본 지 5년이나 지났어."

왜,요? 라고는 물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아베,군, 화내지 않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화낼 힘도 없이 지쳐서 쓰러지는 것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시 후드를 눌러쓰고 일어나며, 가자, 데려다줄게. 라고 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베는 그리운 듯한 눈으로 미하시의 집까지 가는 골목 골목을 훑으며 갔다.





# 20
아베, 제대로 먹고 자고 하는거야? 너 안색이 영 안 좋다.
오히려 그...때 보다 더 나빠졌잖아.
벌써 5년이라고. 아베, 듣고 있어?





# 15
다음 날도 누군가의 시선이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은 여전했다. 다만 오늘은 그것이 누구의 시선인지 알았기 때문에,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고 싶어서 왔다고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하루 종일 지켜봐야 하는 걸까. 의식하기 시작하자 왠지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해졌다. 미하시가 겨우 시선에서 놓여난 것은, 저녁 연습을 하던 중 언더셔츠를 갈아입기 위해 부실로 향했을 때였다. 수영장 아래 부실로 가는 길은 통로가 가려져 있는데다 좁고 길어서, 해가 아직 덜 졌는데도 금세 시야가 어두워졌다.

"미하시."

익숙한 목소리가 어깨 너머에서 이름을 불렀다. 언제부터 따라온 것인지는 몰라도, 열 다섯 살의 아베가 몇 발자국 뒤에 서 있었다. 어젯밤에 본 아베보다는 훨씬 몸집도 작고 가늘지만 서 있는 모양새가 똑같아, 어제 들은 이야기를 새삼 실감했다. 그러고 보니 같이 야구, 안 한다고 했었네. 무슨 일이 있었... 아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게 되는 걸까.

"...무슨 일 있는 거야?"

미하시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어, 아베가 이상한 듯이 묻는다. 그는 며칠째 미하시의 태도가 신경쓰였던 것이다. 미하시는 아베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받은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서 너의 어른 버전이 와 있다고 말한들. 별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때.

커다란 인영이 엄청난 속도로 미하시를 지나쳤다.

그게 뭔지 깨달았을 때, 아베가 벽에 밀어붙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두운 와중에도, 미하시는 상대가 입고 있는 후드집업을 기억해냈다. 어디선가 빠르게 달려와서 갑자기 아베를 붙잡은 것은, 스무 살의 아베였다. 어린 쪽의 아베는 옷깃을 거칠게 잡힌 채로 등을 강하게 벽에 부딪혔지만, 많이 놀란 것인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미하시는 급히 한 발짝 다가서며 그를 말리려고 했다.

"그만, 둬...요!"
"미하시."

덩치 큰 스무 살의 남자는 완력으로 소년을 짓누르며, 미하시를 돌아보았다. 바스러져 내릴 듯한 지친 얼굴이지만, 어딘가 에너지가 남아 있다. 그것은 아마, 분노같았다.

"다 이 녀석 때문이야."

열 다섯 살의 아베는 힘겹게 호흡을 확보하며 자신을 습격한 남자를 올려다보고, 경악했다.
하지만 어떤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옷깃을 잡힌 그대로 다시 한 번 벽에 세게 부딪혔다. 구토와 같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비명은 미하시가 대신 질렀다.

"그,만,해요!!"
"이 녀석을 감싸주지마!"

겨우 목소리 크기가 적당해졌던 어른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흔드는 대로 움직여지는 아베를 던지듯 내려놓고 또 소리쳤다. 네가 여기서 미하시와 싸우지만 않았어도! 아니, 네가, 내가, 미하시에게 시비를 건 거지.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고함은 점점 울음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지친 어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주저앉은 소년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네가, 미하시를, 죽였어. 내가!"

울부짖으며 아무렇게나 소리치는 남자를 보는 것은 사실, 무서웠다. 미하시는 아베의 상태가 걱정스러웠지만 다가가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지난 밤의 남자는 힘빠진 모습이었지만 상냥한 편이었다. 그 모습도 낯설었지만, 반대로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듯 거친 모습은 더 낯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아베는 금방 욱하는 성격이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눈앞의 어른은 어렸을 때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의 토막토막에 불규칙한 숨을 섞으며 쉬지 않고 소리쳤다.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 같다.

"바꿀 거야. 너를, 대신, 죽이면... 될 거야. 미하시를, 살게 할, 거야..."

말과 호흡만큼이나 불안정한 공기가 전염되어 왔다. 미하시는 무릎이 후들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스무 살의 아베가 어린 제 자신을 향해 몸을 숙여, 다시 옷깃을 잡아채는 것을 보았다. 설마, 죽,이,... 위험,한, 건가. 묵직한 단어는 오히려 현실감을 빼앗았다. 그에게 붙잡힌 아베는 등을 부딪힌 충격 때문인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런 아베를 여유있게 압도하고, 그는 미하시를 다시 돌아보고, 엉망으로 섞인 표정 위에, 미소를 떠올렸다. 





# 20
너의 열 여섯 살 생일이었다.
사소한 어긋남 때문에 너와 싸우고, 너는 저녁 연습이 끝날 때까지 집중하지 못했다.
나도 꽤 동요했던 것 같다. 일단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었으니까.
갈림길에서 말없이 헤어지고 나서 몇 분, 너는 드물게도 나를 불렀다. 아마 거꾸로 나를 쫓아오려고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괜히 꽁해 있어서, 돌아보지 않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너도 자전거를 타고 나를 따라 달려왔다.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잠깐, 아- 베- 구- 운- 기다, 려, 줘,

그리고 골목에서 트럭이 튀어나왔다.



네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 15
미하시는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목구멍을 채 지나지 못했다. 두려움과 떨림이 날숨을 막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아베와, 그를 내리누르면서도 휘청휘청하는 아베가 시야 속에서 마구 섞였다. 한기가 들어 어깨가 바짝 올려진 채로 굳었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진정해. 숨 제대로 쉬고."

일순 낯선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싶더니, 등에 따뜻한 것이 닿았다. 가까이 오는 줄도 몰랐는데, 누군가 곁에 서서 미하시의 등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애매한 어둠 때문에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차분하고 따스한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미하시는 크게 숨을 터뜨렸다. 곁에 있던 사람은 손바닥으로, 만지고 있던 미하시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고, 걸어나갔다. 직접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맡겨둬, 라고 하는 듯이.

"아베군."

그의 뒷모습은 스무 살의 아베보다 조금 작고 선도 가늘었지만, 균형 좋은 실루엣이었다. 미하시는 엷은 갈색의 뒤통수를 눈에 담고, 숨을 삼켰다. 그것은, 울면서 웃던 아베도 마찬가지였다. 아베에게는 그의 얼굴이 보일 것이었다. 거칠게 붙잡고 있던 소년을, 자신도 모르게 놓았다. 아니, 놓쳤다.

"미하시...?"

지금의 자신과 똑같은 머리카락과 똑같은 목소리, 하지만 키가 더 크고 몸도 단단해 보인다. 미하시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저것은 언젠가의 미래에서 온 자신이다.

"아베군, 돌아가자."

어른 쪽의 미하시는 망설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말했다. 아베군이 하려던 거 전부 잘 됐으니까. 마음은 알겠지만... 거기까지 말하자, 발작 같던 감정의 폭발이 뚝 끊어진 아베는, 이번에는 소리 없이 눈물을 주륵 흘렸다. '미하시'는 그를 잠시 내버려두고, 맥없이 내동댕이쳐진 소년 아베의 상태를 살폈다.

"자기 몸인데 이렇게까지... 아베군(어린 쪽에게 말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상처 꼭 치료하고,"

너무 자책하지 마. 그가 그렇게 말하자 눈물을 흘리던 쪽이 어깨를 꿈틀했다. 그는 어른 아베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집에 가자, 아베군. 우리 집에서 카레 먹고, 한잠 푹 자고 일어나자. 끊기지도 않고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어른스러운 말씨에, 미하시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기... 그쪽, 몇 살?인 거예,요?"

열다섯 살의 자신을 내려다보며, 어른으로 보이는 미하시는 미소지었다. 거울로 본 것과 마찬가지로 뻔한 자기 얼굴이지만, 눈매나 턱선 같은 작은 부분이 조금씩 시간차를 보여 주고 있었다. 

"내일, 생일이지. 이제 스물한 살이네."

스물한 살... 미하시가 숫자를 입 안에서 채 굴려 보기도 전에, 아베가 갑자기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렸다. 열여섯, 생일, 무사,한 거네. 하고 마구 뭉개면서 말했다. 덩치 큰 스무 살 쪽이었다. 





# 16
열여섯 살 생일날 아침, 미하시는 잠이 깨자마자 흠칫 놀라 벌떡 일어났다. 자신은 숨을 쉬고 있고, 제대로 눈도 떴다. 휴대폰 액정이 보여 주는 오늘 날짜는, 틀림없이 5월 17일이다. 메일함에는 자정께부터 이미 생일을 축하하는 메일이 몇 개 도착해 있다.

발신인의 이름들 사이에, 아베 타카야가 있었다.
ㅡ 미하시, 일어났어?

단 한 줄, 두 어절뿐인 메일. 미하시는 휴대폰 플립을 덮지도 않고, 답장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다. 대신, 통화 버튼을 눌렀다.

ㅡ 미하시?

몇 초도 걸리지 않아 얼른 전화를 받은 아베는, 다급한 목소리로 여보세요도 없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조금 쉬어 있다.

"아, 베군, 나야..."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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