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사카에구치] 생일합작용 사카에구치 프리허그 데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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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에구치] 생일합작용 사카에구치 프리허그 데이

motschi 2014. 9. 14. 01:29



사카에구치 유우토, 16살이 되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아빠와 누나가 차린 생일상을 받고,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야구부 아침 연습 때문에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유키히로도 불평 없이 일찍 일어나 주었다. 아침밥은 평소보다 더 맛있었고, 아빠가 자신 쪽으로 반찬 그릇을 자꾸 밀어 주는 것이 사카에구치는 기뻤다. 활기차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끝내고 식탁을 정리하려 하자 누나에게 등을 떠밀려서, 사카에구치는 엄마를 모신 불단 앞에 가 앉았다. 엄마, 지켜보고 계시겠지만 저 오늘...
 

"...유우토가 16살이 됐어. 대견하지?"
 

곁에 앉으며 가만히 말을 건 아빠의 목소리에, 사카에구치는 눈물이 찔끔 났다. 울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주려 하고 있으니, 아빠가 피식 웃으며 등을 툭 치고 일어섰다. 그제야 사카에구치도 슬쩍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
 



 
 
"사-카-에-구-치!"
 

뒤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이름을 불렀다. 큰 폭으로 억양을 오르내리는 것은 타지마의 목소리다. 사카에구치는 노래하는 듯한 타지마의 부름에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도 쾌활하게 안녕! 하며 돌아섰다. 이내 타지마가 달려와, 평소대로의 거리에서 멈추지 않고, 사카에구치의 허리께로 돌진해 세게 안겼다. 사카에구치는 흠칫 놀라 몸을 굳혔지만 타지마는 금세 떨어져 주었다. 그리고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는다. 오늘도 쾌청.
 

"생일 축하해!"
"아, 응, 고마워."
 

사카에구치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타지마는 왜인지 신이 난 채로 먼저 부실로 뛰어가 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어깨를 툭 쳤다. 멍한 얼굴 그대로 돌아보자 스야마가 서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 사카에구치."
"아... 안녕, 스야마."

 
인사를 건넨 다음 순간, 사카에구치는 지금 무슨 일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고민했다. 언제나처럼 덤덤한 얼굴로 서 있던 스야마가 갑자기 자신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서 있었던 터라 사카에구치는 그가 당기는 대로 끌려들어가 안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스야마와 키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그의 팔 안에 쏙 들어가 안기게 됐다. 덩치의 차이를 실감하는데 스야마도 몇 초 지나지 않아 사카에구치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타지마와 마찬가지로.
 

"사카에구치, 생일 축하한다!"

 
어깨를 또 툭 치며 축하의 말을 건네고, 사카에구치를 지나쳐 부실 쪽으로 향했다. 사카에구치는 벌써 두 명째에게 추월당한 부실 가는 길을, 선뜻 마저 가지 못하고 멈춰 서 있었다.
 
 


 
 
-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생일이라지만 보통 이런 일 있나?
그것도 땀 냄새 나는 운동부 남고생들끼리.
 

아침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한 명 더, 오키가 와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사카에구치를 안아주고 갔다. 모든 사람에게 친근한 타지마나 같은 반이어서 친한 편인 스야마와 달리 오키의 경우에는, 막상 단둘이서 가까이 대한 적은 별로 없어서 꽤나 어색했다. 사카에구치는 새삼 그 사실을 반성했다. 그리고 그렇다면 왜 굳이 스킨십을 하고 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니시히로와 하나이에 이어 치요가 안겨 왔을 때는 솔직히 말해 당황했다. 아주 잠깐 가볍게 닿은 정도긴 해도, 여자애가 먼저! 새삼 니시우라의 매니저는 몸집이 정말 작다는 것을 느꼈다. 턱 아래를 가볍게 스치는 머리카락에 잠시 멍해졌다가도, 더 틈을 주지 않고 시가뽀가 과격하게 끌어안아서 다 잊어버렸다. 어때 사카에구치. 맘에 드냐? 오늘은 사카에구치 생일 기념 프리허그 데이야. 등을 아프게 팡팡 두드리면서 말하는 시가뽀에게, 사카에구치는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프리허그라니 남자 야구부에서... 물론 모모캉이 안아줄 때는 조금 감사했다. 

 
"사카에구치, 이따 안아줄게 기다려!"
 

각자 교실로 흩어지려는 중 멀리서 이즈미가 소리쳤다. 그런 거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돌아보는데 이즈미 옆에서 미하시가 우물쭈물하면서 이쪽을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사카에구치는, 과연 미하시가 오늘 안에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
 


 
 
 
"자, 미하시. 빨리 해~"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타지마와 이즈미와 미하시가 한꺼번에 와서 정신없게 굴기 시작했다. 타지마가 "한 번 더!"라면서 냅다 달려와서 머리를 꽈악 안더니, 곧바로 이즈미가 끼어들었다. 물론 그 둘은 서 있고 사카에구치는 앉아 있던 상태여서, 사카에구치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허그라기보단 강아지 장난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나 남은 미하시는,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뒤에서 안절부절못하고만 있었다.
 

"사, 사카에,구치, 군, 괜찮, 아...?"

 
내가 안으면 싫어하지 않을까? 라는 거겠지. 앞에 벌써 얘들이 이러고 있는 걸 보면서도 왜 묻는 걸까 싶으면서도, 사카에구치는 자신이 어느 정도 미하시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괜찮다고 말해 주면 되지. 그는 이제 아예 자신에게 올라타려는 타지마와 이즈미를 슬쩍 밀어내면서 일어섰다. 자- 하면서 미하시를 향해 두 팔을 벌려 보이자, 미하시가 시선 둘 곳을 못 찾고 방황하다가 천천히 품에 들어왔다. 미하시에게서만은 작게 떠는 몸의 흔들림이 느껴져서, 사카에구치도 자신도 모르게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것이었다. 
 

"생,일, 축하, 해..."
"고마워, 미하시."
 

둘이서 그렇게 훈훈하게 체온과 말을 주고받고 있다가,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순간이었다.
 
 


 
 
-
 



 
 
이제 남은 건... 아베랑 미즈타니인가. 그러고 보니 아베가 한 손에 주먹밥을 든 채로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아베."

 
하고 부르자 흠칫 놀라며 돌아본다. 정말, 아베도 은근 이런 거 못한다니까. 사카에구치는 미하시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팔을 벌렸다. 이런 거 왜 하는지 이해는 잘 안 되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다같이 하는 게 좋겠지. 아베도 미하시처럼 주저하지만, 미하시와는 다른 내용의 갈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베, 부끄럼 타냐?"
"수줍냐 아베ㅡ"
 

이렇게 놀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 의연한 척 하지만 표정이 금방금방 바뀌는 아베는 지금도 금세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눈이야 처져 있으니 그렇다치고, 눈썹이 당황한 탓에 정말 끝까지 치켜올려진다. 들릴락말락하게 으으으....하고 난처해 죽겠다는 듯이 앓으며 아베는 억지로 억지로 사카에구치를 안았다.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아이들이 보란 듯이 환호했다. 사카에구치도 그 분위기를 타 아베를 놀리고 싶어서, 그의 등을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숨겨왔던 나~의~"
"으아아아!!!"


누군가 슬쩍 노래를 끼워넣자 아베는 더 참지 못하고 쩌렁쩌렁하게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다들 웃느라 정신없는 사이 미하시까지 재미있어하는 것을 보고, 사카에구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쓸쓸할 틈도 없는 것이 즐거웠다.





-






마지막은 연습이 끝난 후 함께 들른 편의점에서였다. 다들 훈제계란이니 사탕이니 하는 걸 꾸역꾸역 안겨 주는 와중에, 왜인지 안 보이던 미즈타니가 멀리서부터 달려왔다. 손에는 낯선 상자를 들고.


"사ㅡ카ㅡ에ㅡ구ㅡ치!!"


길게길게 뽑아내는 음절 하나에 크게 스킵하는 한 발짝. 미즈타니는 다섯 번의 점프로 사카에구치에게 달려와, 그대로 충돌하듯 그에게 안겨들었다. 등에 상자의 모서리가 닿는 게 느껴졌다.


"왜 아무도 케익을 안 사오는 거야! 문 닫을까봐 엄청 뛰어갔다 왔잖아!!"


사카에구치를 안은 채 다른 아이들에게 소리친 미즈타니는 비어 있는 손으로 사카에구치의 뒷머리를 가볍게 몇 번 토닥였다. 누나가 있다고 했었나, 미즈타니의 손길이나 자세 같은 것은 시커먼 운동부 남자애들 사이에서 그나마 제일 허그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냥 아직 남자가 덜 된 애일지도 모른다고 가끔 생각하지만) 물론 몇 초 지나지 않아 곧 떨어졌다.

그리고 미즈타니는 손에 든 상자를 직접 열었다. 상자 안에 있던 것은, 새하얀 생크림이 듬뿍 올려진 케이크였다. 그냥 니가 좋아하는 거 사온거네~ 하고 여기저기서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에서, 미즈타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점 테이블에 케이크를 놓고, 초를 꺼내 하나하나 케이크에 꽂았다. 하나이와 이즈미가 얼른 다가가 초에 불을 붙이는 것을 도왔다.


16개의 초, 하나하나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보며 사카에구치는 웃었다. 이런 생일은 또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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