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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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

[아베미하베] 이물감

motschi 2014. 9. 14. 01:31


[오오후리 전력 60분] 참가했습니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어떤 찰나뿐인 순간에 시작되었다.

 

 

 

점점 당겨지다가 또 다시 늦춰지는 일몰을 실감하며 새빨간 하늘 아래서 열심히 뛴다. 뛰고, 구르고, 쉴 틈도 없이 배트를 휘두른다. 금방 언더셔츠가 땀으로 젖고, 젖는지도 모를 만큼 움직이고 나면 눈썹으로 턱 끝으로 목으로 땀이 흘러내려서 놀란다. 청소 시간, 옷 갈아입는 시간을 아껴 가며 간식을 밀어넣었는데도 해가 지기 시작하면 또 금세 배가 고팠다. 어쩌면 그건, 이 시간쯤에 정확히 타이밍을 맞춰서 야식을 가져오는 매니저 덕분일지도 모른다. 해가 지면, 주먹밥. 뭐 그런 조건 반사로.

 

그리고 그런 반사의 조건에는 배고픔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에이스도 포함되어 있다. 팀 전체를 본다면 미하시의 체력은 오히려 하위권이어서, 연습 메뉴가 하나씩 진행될 수록 지쳐서 표정이 흐물해진다. 흐물흐물해 보일 정도로 긴장이 풀어져 가면서, 온 얼굴로 외치는 듯한 모습인 것이다. 배, 고, 파! 오늘도 침이라도 흘릴 것 같은 얼빠진 표정으로 배팅 연습을 하던 미하시는 멀리서 시노오카의 모습이 나타나자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마지막 공을 쳐내고 달려갔다. 초심자처럼 배트의 중앙이 아닌 부분으로 온 힘을 다해 공을 후려치는 것을 보고, 아베는 눈썹을 찡그렸다. 멍청이가, 팔꿈치에 무리 가면 어떡할 거야. 오늘도 한 소리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맛있겠다!"

"맛있겠다ㅡ!"

"잘 먹겠습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하나이의 선창으로 다급하게 인사말을 외치고, 야식으로 할당된 주먹밥을 입에 쑤셔넣었다. 옆자리의 미하시가 숨도 안 쉬고 첫 주먹밥을 해치우는 것을 보며, 아베도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오늘 주먹밥 내용물은 벌칙 대상이 아니라 무난할 것이었다. 아마도.

 

"...윽!?"

 

아베는 주먹밥을 씹는 순간 찌릿하면서 엄습하는 이물감에 움찔했다. 놀라서 터져나온 짧은 비명에, 바로 옆의 미하시도 움찔하며 아베를 돌아보았다. 아베는 씹던 것을 뱉어야 하나 고민하면서 살살 혀를 굴려, 방금 느껴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놀랄 만큼 딱딱했던 작은 내용물.

 

"아,베군, 왜, 그래...?"

 

아베는 아연했다. 그 미하시가 먹는 것을 멈추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우물쭈물함이 걷혀, 순수하게 걱정스러운 빛만이 남아 있는 얼굴. 그것은 의외로 어른처럼 보이는 표정이어서 낯설었다. 땀에 젖었다가 마르면서 헝클어진 옅은 색의 머리카락​ 아래로 조금 처져서 더 걱정스러워 보이는 눈썹에, 의외로 빠릿해 보이는 눈이며. 저녁 어스름에 약하게 켜진 조명 아래서 미하시의 눈은 더 선명한 호박색이었다. 다른 사람 같다.

 

다른, 사람, 같다.

아베는 숨이 막힐 듯한 이물감을 느꼈다. 입 안뿐만이 아니라 가슴 속을 파고드는 듯한.

 

"...어, 아무 것도 아냐."

 

둘러대는 말일 뿐이라는 것은 아베 자신도, 듣는 미하시도 잘 알 것이었다. 미하시는 반쯤 먹은 주먹밥을 아예 내려놓고 앉은 채 무릎으로 한 걸음 다가와, 손을 뻗었다. 얼핏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착실하게 굳은살이 붙은 손바닥이 아베의 뺨에 올라왔다. 어디, 아,픈...거야? 하고 두려워하는 듯이 물어와서, 아베는 고개를 저었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무색하게 겁을 내고 있는 눈은, 분명히 언제나 보는 바로 그 눈인데도, 낯설었다. 

 

채 다 씹지 못한 주먹밥이 입 안에서 점점 녹기 시작하는 것을 느껴서 얼른 혀를 움직여 보자, 과연 방금 찌릿하고 씹혔던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주먹밥 내용물의 메뉴를 생각했다. 아마 둘 중 하나는 멸치였던 것 같지? 그러자 금세 답이 떠올랐다.

 

"...그냥 멸치가 좀 컸었나 봐."

 

주먹밥에 든 멸치대가리가 좀 컸던 것 정도로 이 난리라니. 아베는 창피해져서 빠르게 말하고 미하시의 손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났다. 차분하게 다시 먹던 것을 씹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잘 씹힌다. 오래 걸린 주먹밥 한 입을 무사히 넘기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자 맥락도 없이 미하시가 다시 뺨으로 손을 뻗어왔다. 주먹밥의 잔해가 남은 입가로 잠깐 망설이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베,군, 아프면, 안,돼."

 

드물게도 어미를 제대로 발음한다. 여전히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지만 확실히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오늘따라 야무진 미하시와 달리, 오히려 얼빠진 것은 아베였다. 아베는 빈 왼손으로 가만히 가슴께를 붙잡았다. 분명히 제대로 넘겼는데, 여기에 이물감이 남아 있어.

 

"...당연하지."

 

목소리를 내서 대답해도, 어딘가 새로운 것이 끼어든 듯한 불편함이 남는다.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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