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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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치아] 백스테이지 블루

motschi 2016. 8. 28. 00:33


    수고하셨습니다! 하아아아 흥분됨다, 라이브 최고임다. 졸자 실수하지 않았소? 누가 녹화 안 했으려나? 열기를 머금어 반 음씩 올라간 목소리들이 교차했다. 색색의 비닐 의상이 스치면서 만족스러운 소리로 섞여 들어간다. 스태프가 건네는 수건을 받아들면서도 테토라와 시노부는 유닛복을 벗을 생각도 않고 높은 목소리로 떠들었다. 미도리조차도 조금 상기된 얼굴로, 맥락이 이어질 듯 말 듯 하고 싶은 말만이 난무하는 대화를 듣고 있다.

성공한 라이브의 백스테이지. 모리사와 치아키가 꿈꾸고 모리사와 치아키가 기획한 히어로 쇼는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 화려하게 완성되었다. 기획서 형식부터 셋리스트, 스타일링, 그리고 인사말 하나까지 폭언 섞인 불평을 들으면서 올라간 무대였다. 이상해요, 그건 못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치아키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웃을 뿐이었다.

“치아키, 안 가요?”

그런 어려움 끝에 해낸 무대라서인지 몰라도 치아키는 라이브가 끝나고도 무대 뒤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한 발 먼저 내려가려던 카나타가 불러도 안 들리는 것 같다. 조명이 꺼지고 스태프가 전선을 거두느라 분주한 무대를 한참 바라볼 뿐이었다.

“치아키이.”

“……어, 카나타인가.”

카나타가 어깨에 살짝 손을 얹자 그제야 돌아본다. 그 어깨가 아주 약간 처진 듯한 건 피로 때문일지도, 아니면 카나타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치아키는 아주 잠깐 카나타를 쳐다봤다가도 다시, 집중해서 눈에 담고 있던 것으로 시선을 돌리고 만다. 카나타도 자기도 모르게 그 시선 끝을 따라가도록.

이벤트가 휩쓸고 간 유원지의 빈 무대. 이십 분 가량 주어진 고등학생 아이돌 유닛의 무대는 그 나름 대성황이었다. 치아키는 꿈꾸던 것을 모두 구현했고 거기에 따라오는 유닛 멤버의 상기된 표정은 리더로서 가장 기쁜 것이었다. 당장 변신을 풀기에는 그 열기가 온몸에 남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카나타는 그래도 일단은 내려가요, 라고 말하려고 입을 열려다 그만두었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그러네요.”

“카나타는 어떘어. 즐거웠나?”

묻기에는 카나타는 이미 방실방실 웃는 얼굴이었다. 겨우 그것을 마주본 치아키의 얼굴에도 애매한 미소가 번졌다. 카나타는 그에 대답하기보다는 같은 질문을 돌려주었다.

“치아키는요? ‘즐거웠’나요?”

희미하게 올린 입술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건 못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선명해서, 카나타는 그냥 방긋 웃었다. 스르륵 흐르듯이 시선을 비낀 치아키의 눈에 눈물이 차기 시작해서. 그렁그렁 무겁게 고이는 것을 어떻게 해 보려고 눈을 감았다 떴다 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아무튼 쌓인 것은 뺨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아직 손에 닿아 있는 치아키의 어깨가 딱 카나타만 알 만큼만 떨리고 있다. 카나타는 그 어깨를 아주 살살 어루만졌다. 위로하듯이.

“……꿈 같다.”

멀다고만 생각했던 꿈은 이루어지는 순간 어떻게 되는 것일까. 더 이상 달려갈 곳이 없게 되었을 때는. 치아키의 열 오른 기분에는 모든 것이, 단지, 부스러져 사라져 버리는 구름의 잔해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손으로 움켜도 움켜도 잡히지 않는.

그래서 카나타는 어깨를 쓸던 손을 내려서 치아키의 손을 잡았다. 열을 머금어서 후끈후끈했다. 카나타의 체온이 좀 낮은지는 몰라도. 그 열을 억지로 내릴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딱 그만큼의 면적으로 손을 닿이고, 잡은 손가락에 꼬옥 힘을 준다. 떨리는 턱끝이나 그 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잠깐은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이다.

“오늘은 ‘푸욱’ 자요. 맛있는 걸 ‘먹고’, 저랑 같이 첨벙첨벙해요.”

그러면 ‘내일’이 '보일' 거예요. 활짝 웃으면서 건넨 말을 치아키가 귀담아 듣는지는 알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소리내어 터뜨릴 듯한 울음의 덩어리를 목 안쪽에서 억누르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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