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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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모니] 검은 날

motschi 2016. 4. 16. 22:19


후타모니 전력 첫 참여입니다!

[블랙데이]로 참여했지만 넘나 억지스러운 것...ㅎㅁㅎ




***





  모니와가 이사하는 날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비가 왔다.

  후타쿠치가 지인에게서 트럭을 빌려온 덕분에 짐을 옮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람 한 명의 짐은 줄이자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것이었다. 박스 몇 개 정도는 둘이 왔다갔다하면 금세 끝이었다. 다만 비가 오는 것만이 안 좋았다. 팔뚝 안쪽에 척척하게 들러붙는 습기에 후타쿠치는 짜증을 내다가, 2층으로 쌓인 상자 위에 블루종을 벗어 던져놓았다. 그걸 보고 모니와는 소형 냉장고의 보호 포장을 벗겼지만, 우선은 멀티탭이 상자들 중 어딘가에 숨어 있고, 다음으로는 전원을 연결한다 해도 식힐 만한 게 없다. 트럭에 두고 온 미지근한 생수라도 꺼내 오려고 일어섰다가, 문 앞에 이전 집에는 없던 인터폰이 있기에 무심코 버튼을 눌렀다.


  삐익------ ------ 삐익------


  “으아아!”


  작은 화면에 현관문 바깥의 상황이 그대로 보이는 건 좋았다. 하지만 고장이 나 있었는지, 마이크가 하울링을 하는 듯한 소음이 길게 울렸다. 꼭 경보음 같은 소리에 모니와는 놀라서 버튼을 다시 눌렀지만 한 번 시작된 소음은 꺼지지 않았다. 어깨 너머로 후타쿠치가 손을 뻗어서 버튼을 거칠게 연타한다.


  “고장났네, 이거. 기다려 봐요.”


  후타쿠치는 테이프로 칭칭 감은 상자들 중 하나를 열어서, 실패도 없이 공구박스를 찾아 꺼냈다. 아마 멀티탭도 후타쿠치라면 한 번에 찾아냈을 것이다.


  “관리실에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

  “현역 기술직 무시하지 마시죠?”


  후타쿠치가 박스의 잠금쇠를 툭툭 젖혀 열고, 익숙하게 드라이버를 꺼내 든다. 빗소리를 다 잡아먹도록 울어젖히는 인터폰을 달래듯이 슬쩍 받치고, 벽에 고정된 나사부터 풀기 시작했다. 네 개 중에 두 개째를 풀어서 내려놓았을 때 모니와도 다가가서 그것을 받쳐들었다. 그러면 후타쿠치가 받치고 있던 손을 떼고, 문제를 일으킨 전선을 찾아내고, 또 다른 박스를 열어서 인두와 납을 꺼내고------ 그것은 몇 번이고 반복되어 온 훌륭한 콤비 플레이였다. 굳이 말로 지시하고 동의할 필요조차 없는. 물 흐르듯 매끈한 절차로 인터폰의 소음이 멎었다. 버튼을 반복해서 눌러 보아도 멀쩡하게 화면과 마이크가 켜졌다 꺼진다. 모니와가 안도의 숨을 짧게 내쉬었다. 후타쿠치는 앞으로 숙인 검은 머리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런데요, 모니와 씨.”

  “응?”

  “…….”


  입을 뻐끔 열었다가, 결국 도로 닫았다. 웃음이나 난처함 같은 표정이 사라지면 가슴을 꿰뚫리듯이 또렷한 눈매다.


  “배고프지, 밥 먹자. 내가 살게.”

  “……이만큼 도와줬는데 당연한 거 아님까.”


  모니와의 원룸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 허름한 중국음식점이었다. 커다란 골프우산 하나를 둘이 쓰고 비척비척 걷는데 그새 운동화와 바지 끝이 젖는다. 오른쪽 어깨로도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모니와의 왼쪽 어깨도 사정은 같을 것 같지만, 품으로 끌어당기기 전에 상가에 도착했다. 후타쿠치는 이번에는 짜증을 내지 않았다.

  메뉴판의 제일 위에 있는 짜장 두 개를 주문하고 마주앉았다. 비가 온 데다 정신없이 움직인 탓에 모니와의 머리카락은 더욱 엉망이었다. 푸슬푸슬한 게 이리저리 뻗쳐서, 이 상태라면 빗질을 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반대로 후타쿠치의 머리는 습기를 머금을수록 더욱 차분해져서 착 달라붙는 타입이었다. 마주 쳐다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후타쿠치 얼굴 보는 거 오랜만이네.”

  “지금까지도 계속 봤잖아요.”


  그랬지. 모니와가 푸스스 웃었다. 후타쿠치는 차마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원래는 좀더 그늘 없이, 소리 내서 웃지 않았었나.


  “게다가 짜장이네…….”


  올해는 초콜릿도 사탕도 주고받은 기억이 없다. 사소한 날짜까지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남이 박아 놓은 어떤 날에 굳이 들어맞는 게, 씁쓸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니와가 또 시무룩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내려다보고, 후타쿠치는 가만히 그 앞머리를 응시했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정리해주는 건 아마도, 의미가 없다.



  둘이서 살던 집으로부터 모니와가 이사하는 날. 모니와는 후타쿠치에게 새 열쇠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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