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아베미하] 꽃 본문

FURI

[아베미하] 꽃

motschi 2014. 11. 23. 23:03



# 오오후리 전력 60분 "꽃"으로 참여했습니다!




 

  "읏...!"

  "미하시!?"

 

  미하시가 짧게 터뜨린 단 한 음절에 아베는 흠칫 놀라 돌아보았다. 그것은 책상을 붙여 놓은 채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던 타지마와 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미하시는, 휙 소리라도 낼 듯이 고개를 돌린 세 명의 기세에 더 놀라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른손으로 왼손 끝을 감싸고.

 

  "아, 아무 것도..."

  "손 베였어?"

  "응, 종이,에, 조금..."

 

  이즈미가 무심한 듯이 물으면, 미하시보다도 아베가 더 당황한다. 손이라고? 하고 비명처럼 되물으면서 미하시의 손을 잡아챘다. 미하시가 오른손 안에 숨기듯이 감싸고 있던 왼손 약지의 가장 끝 마디에 가느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책상에 펼쳐 놓은 교과서의 매끈한 종이 끝에 손가락을 베인 것 같다. 아베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샤프 펜슬로 그은 듯이 얇은 상처에서 엷게 비쳐나오는 핏빛.

  보고 있으면, 얇은 틈에서부터 찔레 열매 같은 핏방울이 점점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방울, 방울, 그것이 부피를 더해 가면서 흘러내릴 듯이 흔들렸다. 새빨간 꽃봉오리가 막 벌어지려고 하는 것처럼.

 

  "휴지로 좀 막고 있으면 돼. 타지마, 휴지 있어?"

  "없어! 하마다ㅡ?"

 

  미하시가 손을 당겨 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머리 위에서 휴지를 찾는 목소리가 오가는 사이 아베는, 빠져나가려는 것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손끝의, 핏방울. 갓 짜낸 물감처럼 새빨간 것이, 일부러 올려놓은 것처럼 뭉쳐 있다. 아베는 홀린 듯이 머리를 숙여, 아래 위 입술을 모아 세운 끝으로 상처를 빨아올렸다. 찝찔하고 따뜻한 것이 아주 잠깐 입술의 틈을 타고 들어온다. 미하시가 힉, 하고 숨을 삼켰다. 아,베군,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보다도 작은 게 겁을 먹은 것 같아, 아베는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양호실 가서 치료하고 오자."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

 

  손가락 네 개의 아래쪽 마디를 모아 쥐고 잡아 끌자 미하시는 쉽게 딸려왔다. 자기 걸음보다 좀더 빠른 페이스에 발이 끌리듯이 하면서도 어쨌건 따라 오는 것이다. 타지마나 이즈미가 한 마디 하더라도, 언제나처럼 자각 없이 위압적인 목소리로 선언하면 미하시의 거부는 없다. 아베는 그대로 미하시의 손을 끌고 계단을 내려와 양호실이 있는 층의 복도에 들어섰다. 교실이 없는 층은 쉬는 시간이 다 끝나 가서인지 지나다니는 학생도 없다.

  사실 미하시는 우투 우타 선수고 베인 것은 왼손 손가락이다. 그런데다 별로 큰 상처도 아니라서, 잊어버리고 있으면 금세 흔적도 없이 아무는 정도다. 타지마도 말했듯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따가 그들을 다시 만나면 무슨 유치원생 엄마냐고 놀림을 받을 게 뻔했다. 하지만 아베도 반박할 근거 정도는 얼마든지 가지고 있었다. 미하시의 손이잖아. 그런데다, 피가...

   

  피가.

 

  미하시의 손 안에, 왼손 손가락 마디 하나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상처가 있다. 아베가 그 약지 끝을 꾸욱 누르면, 다시, 붉은 꽃 같은 것이 잘디잘게, 피어, 배어나온다.

  아베는 일순 진한 꽃향기에 휩싸인 것만 같았다. 밀리리터 단위도 안 될 만큼의 피에서. 도대체 뭐가, 무슨 향이 나겠다고.

 

  "아, 베군"

 

  아베는 참지 못하고 그것에 다시 입술을 댔다. 얄팍한 공기음을 내며 상처를 빨아들이자 미하시의 목소리가 불안한 듯이 끊어졌다. 붙잡힌 손가락을 빼려고 당기다가 그만둔다. 그러더니 끊어진 것을 다시 붙이는 목소리가.

 

  "입술,에 피, 묻었어..."

 

  미하시가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아베의 입술을 슬쩍 부벼 훔쳤다. 아베의 것이 아닌 핏자국이 손등에 아주 조금 묻어났다. 그것은 새로 배어나온 것이 아닌 탓에, 돌아보는 사이 금세 색이 바래 버렸다. 손 안에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인다.

 

  아, 미하시.

 

  아베는 그런 당연한 일이, 갑자기 참을 수 없어졌다.

  왼손을 붙잡힌 미하시가 아베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베의 눈빛이 자기 목소리만큼이나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미하시는 두 번이나 약지에 닿아 온 아베의 입술과, 작고 얇은 핏자국이 남은 자기 손등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베는 떠밀리듯이 미하시에게 다가섰다. 시선보다 아주 조금 아래에 있는 미하시 위로 넘어지듯이 입술을 겹친다. 가볍게 모은 입술이 닿는 것만으로도 미하시는 붙잡힌 손을 움찔 떨었다. 미하시의 입술은 눈에 띄게 촉촉하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짙은 꽃 맛이 날 것만 같다. 찔레 빨강의 가느다란 꽃ㅡ빛ㅡ향. 거기에, 오랫동안 기대하던 사탕을 맛보듯이 혀를 대려고 하면.

 

  뭐라고?

  아베는 퍼뜩 정신이 들어 몸을 뒤로 뺐다. 큰일날 짓을. 전후 사정이며 뭐며 다 제끼고 보더라도, 학교 복도에서는 안 될 일이다. 금세 얼굴이 화끈해진다.

  일부러 눈썹을 힘주어 찡그리며 미하시를 보자,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술을 약간 내밀고 있다. 아베가 떨어져 나오기 직전과 똑같은 상태로 딱 멈춰 있는 게,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짜낸 것 같다. 항상 힘이 없어 보이는 옅은 눈썹에까지 힘이 들어가 있다. 미하시에게만 남은 긴장감. 그걸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비죽비죽 비어져 나온다.

 

 


 

 +

  양호실에 갔을 때는 피가 거의 멈춰 있었다. 양호 선생님이 웃으며 밴드를 건네서 미하시는 귀가 빨개졌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