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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미하] 만두를 망가뜨린 건 아베입니다

motschi 2014. 9. 14. 01:16




아베는 의외로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야구 말고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일 거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일상 생활은 가능하고, 본인 스스로가 둔감한 탓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기본적으로 머리도 좋고.

 

하지만...

 

무세미를 씻고 (그 많은 걸 어떻게 씻어왔는지 그것도 능력이다)

그냥 놔두면 되는 만두를 깔짝거리다가 다 헤쳐놓고

계란을 깰 때는 곱게 못 깨서 꼭 박살을 내고 (왜 흰자를 흘리는걸까, 왜 계란 속에 손가락을 박는걸까) 

설거지를 시키면 언더셔츠 앞자락이 흠뻑 젖는다. 

 

아마 요리에 관심이 없는 만큼 개념 자체도 안 잡혀 있는 것 같다. 양념은 뭐고 왜 있는지, 물은 왜 넣는지, 그런 거. 카레는 레토르트가 있는 줄이나 알지 가루로 돼 있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미하시가 익숙하게 카레 가루를 물에 개자 아베는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에도 카레 만들어 놨었지, 하고. 

 

 

 

그리고 분명히 커다란 당근이 좋다고 말했잖아.

 

미하시는 아베가 분탕질을 해놓은 도마를 내려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힘이 좋은 건 인정하겠지만, 당근하고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을까? 당근은 채썰기도 깍둑썰기도 아닌 불규칙한 모양으로 산산조각나 있었다. 그냥 큼직하게 대충 썰어놓으면 될 것을. 손 다치니까 넌 하지 마,라며 칼을 뺏어갈 때 말렸어야 했다. 미하시는 카레에 들어간 당근을 제일 좋아해서, 오늘 유난히 속이 상했다.

 

"냄비에 얼른 넣어. 감자도 썰게."

"내, 내가, 썰게."

 

아베가 탄력받은 듯이 감자를 집어들어서, 미하시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물론 아베는 쉽게 칼을 건네주지 않았다. 잘못하다 손 다치면 어떡해? 라고 물어와, 미하시는 머리를 붕붕 저었다. 아, 안, 다쳐. 아베의 미간에 약간 힘이 들어갔다.

 

"미하시, 오늘은 칼질이 많아서 위험하잖아. 왜 그래?"

"하, 하지만, 아베,군"

 

당근 저렇게 해 놨으니까. 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대신 시선이 아베가 썰어놓은 당근에 머물렀다. 미하시는 카레소스 속에서 뭉근하게 익은 큰 당근 조각을 떠올려, 조금 침울해졌다. 그래도 사실 못 먹을 건 아니고, 당근의 크기 정도는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미하시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 것도. 감자,도, 썰,어 주세요..."

 

 

 

 

 

 

썰어놓은 재료를 냄비에 넣고 볶는다. 감자와 당근, 버섯을 볶고 양파와 고기를 냄비에 넣으려는데, 아베가 또 도마를 들고 다가왔다.

 

"미하시, 이거."

 

또 넣을 게 있었나? 하고 돌아보자, 도마에는 또 당근이 있었다. 큼직큼직한 조각 네 개.

미하시가 놀라서 자신을 올려다보자, 아베는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이건 네 거야. 큰 게 좋다고 했었잖아, 예전에."

 

아무래도 칼질이 익숙해지지 않는지, 모양은 조잡했다. 한번에 자르지 못하고 깎아낸 것 같은 표면. 미하시는 왠지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되어,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마만 쳐다보았다. 대신 아베가 손으로 당근을 집어 냄비에 풍덩풍덩 던져넣었다. 그렇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어떻게 모르겠냐. 싫었으면 싫다고 말했어야지. 아베는 혼잣말하듯 냄비를 들여다보며 말하다가, 미하시를 돌아보았다.

 

"네 개 넣었으니까, 네가 다 먹어."

"으, 응!! 우힛"

 

그제야 미하시는 히죽 웃음을 흘렸다.

 

 

 

 

 

 

 

재료를 다 볶고, 아까 개어놓은 카레가루를 물과 함께 냄비에 넣고 끓인다. 카레가 보글보글 끓자 아베가 아는 카레의 모습이 나타났다.

카레 냄비를 내놓고 아침상을 차리자, 야구부 아이들이 한마디씩 떠들며 몰려들었다.

 

"오, 오늘 아침,은, 카레,입니다."

 

맛있겠다!를 외치려고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하시는 셰프라도 된 듯이 말했다.

 

"...재료를 썬 건, 아베군, 입니다."

 

....저게.

아베는 불만스럽게 미하시를 쏘아봤지만, 곧 타지마로부터 커다란 당근 조각을 지켜내기 위해 국자를 들었다. 한 국자 크게 퍼서 미하시의 그릇에 옮겨 주는데, 국자 밑으로 흘린 카레가 뚝뚝 떨어졌다. 그러자 미하시가 얼른 행주를 들어 그것을 닦아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우히,

 

웃었다.

장난스럽게 웃는 미하시의 얼굴을, 아베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베, 다 썼으면 국자 내놔!"

 

타지마의 재촉이 없었다면 좀더 그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베는 꿈을 깨듯 시선을 돌려, 타지마에게 국자를 건네주었다.

깨달을 틈도 없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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