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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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

[미하시] mute

motschi 2014. 9. 14. 01:13




사이타마에 와서 처음 맞는 겨울이다.

군마에서 두 시간 정도니까 사실 기후가 달라질 정도의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야구로서는 시즌오프 계절이기도 하고, 슬슬 연말도 다가와, 니시우라 야구부도 송년회 비슷한 자리를 만들었다. '엄밀하게' 송년회라고 이름붙인 건 타지마였고, 그런 자리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하고 멋지게 말한 건 하나이였다. 물론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로서는 송년회라고 해 봤자 연습 끝나고 밤에 우르르 몰려다니던 것과 실상 다를 바가 없었다. 편의점 대신 좀더 비싸고 맛있는 걸 먹고 노래방에 가는 정도였지만,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번화가에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게는 파티였다.

 

ㅡ미하시, 같이 갈 거지?

 

놀러 가자! 같이. 미하시는 그 말들을 몇 번이나 곱씹었다. 같이.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게 되는 마법같은 단어였다. 사카에구치와 타지마는 그런 마법을 잘도 부리는 친절한 사람들이다. 열 명, 열한 명이나 되는 인원을 눈으로 확인하는 하나이도, 이따금 자신이 잘 쫓아오고 있나 돌아보는 아베도 모두 좋은 사람이다. 미하시는 누구보다도 들떠서, 많이 먹고 많이 말하고, 많이 웃었다. 노래방에서 남이 부르는 노래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흥얼거리고 있자, 끌려나가서 같이 부르게 되곤 했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제대로 불러본 적 없지만 후렴구는 어떻게든 다 부를 수 있었다. 미즈타니가 여자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데 같이 부를 수 있어서 당황했다. 타지마가 숨넘어갈 듯이 웃어대서, 미하시도 따라 웃었다. 웃음의 할당량이 있다면 몇 달치를 한꺼번에 써 버릴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를 하나씩 사 마시고ㅡ 평소 연습이 끝났을 때보다 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아쉬움을 남기며 헤어졌다. 골목골목에서 한두 명씩 갈라지다가 마지막 한 명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미하시가 혼자 남게 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길은 어둑어둑하고, 고요했다. 조금 전까지 떠들던 소리가 사라지자, 남은 것은 미하시의 발소리뿐이었다. 눈발이 금세 굵어져 펑펑 내리기 시작하는데, 눈은 바닥에 닿아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미하시의 머리에, 어깨에, 발 끝에 금세 쌓여가는데도, 발을 멈추면, 정말로.

 

 

뮤트─.

 

 

시야는 신기할 정도로 흑과 백이다. 어두운 거리는 검고, 하얀 눈이 쏟아져 쌓이고 있다. 코와 입에서 만들어진 김조차도 하얀색이다.

바로 조금 전까지 있던 거리는 여러 가지 색과 소리로 번쩍번쩍했는데. 그렇게나 떠들었는데. 화려한 소음이 귓가에 남아서 꿈처럼 멍했다. 꿈, 그래, 꿈. 꿈같은 하루였다. 그런 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너무 대조적이어서, 일기장의 빈 페이지를 생각나게 했다.

미하시는 아직 하루의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 몸이 따끈했다.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여러 명에게서 들은 말들을 되뇌었다. 미하시, 같이 가자. 이 노래 알지? 같이 불러. 같이.

 

미호시를 떠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 날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렸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하고 있는 목도리도 그 날 그대로다.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들 가운데에서 자신에게 들어오는 채널을 꺼 버린 것처럼, 미하시는 혼자였다. 사람은 많았는데 휙휙 스쳐지나갔다. 미하시는 말하지 않았고, 웃지 않았다. 뮤트였다. 카노우의 얼굴이 잠깐 떠올랐다. 내가 잘못했던 거야. 원망과 죄책감이 뒤섞여 올라와서, 미하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아직 몸이 들떠있어서, 체온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등을 툭툭 쳐 주거나 어깨에 팔을 감아 오던 팀메이트의 체온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팀메이트. 같이. 생각이 거기까지 흘러가자 자신도 모르게 우힛,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야구 하길 잘했어. 

 

 

니시우라에서 야구 하길 잘했어.

 

 

 

 

 

 

 

 

 

 

 

 

 

 

*** 

 

 

Plastic Tree의 ライフ・イズ・ビューティフル(Life is Beautiful)이라는 곡을 듣고 쓴 것

 

 


楽しすぎたから 喋りすぎたから 今度は黙って世界の音に耳を傾けた

너무 즐겼으니까 너무 떠들었으니까 이번에는 잠자코 세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公園の奥の消灯している博物館で剥製達は永遠の夢を見てる

공원 안쪽의 소등중인 박물관에서 박제들은 영원한 꿈을 꾸고 있어

 

例えば こんな美しい今日もそうあるようにと一瞬(ヽヽ)思う

예를 들면 이런 아름다운 오늘도 그렇게 있을 수 있기를 한 순간 생각해

 

舞ってる雪は積もりそうにもない

춤추는 눈은 쌓일 것 같지도 않네

 

 

ちいさく吹雪く闇が なんでこんなにいつ迄も まだ綺麗

조그맣게 눈보라치는 어둠이 어찌 이렇게나 언제까지고 아직 아름다워

 

いつも見えない奥が なんか哀しくなるほどに ただ綺麗

언제나 보이지 않는 내부가 어쩐지 슬퍼질 정도로 그저 아름다워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イズ ビューティフル

life life life life life is beautiful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イズ ビューティフル

life life life life life is beautiful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ライフ ワズ ビューティフルデイズ

life life life life life was beautiful days

 

ワズ ビューティフルデイズ ワズ ビューティフルデイズ

was beautiful days was beautiful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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