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홍강홍/니지후리니지] 사약해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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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홍/니지후리니지] 사약해시

motschi 2016. 2. 5. 23:19



  후리하타 코우키는 자기주장이 적다. 그렇지만 그것은 대중 속에서 돋보이려는 생각이 덜할 뿐, 표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확신이 들면 그는 어떻게든 말을 건네고야 만다. 다정하고 겸손해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말투 안에는 사실, 누구보다도 확고한 신념이 들어 있다.


  "니지무라 씨, 기분 안 좋아요?"

  니지무라의 윗입술은 원래가 약간 내민 모양이지만, 오늘은 거기에 뾰로통함이 섞여 있다. 물론 그것은 후리하타만이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차이다. 니지무라 본인도 아마 몰랐을 것이다.
  니지무라는 갑작스러운 정공에 눈썹을 찌푸렸다. 마음 속이라도 읽힌 걸까. 하지만 후리하타에게 무슨무슨 아이(eye)니 뭐니 하는 이름 같은 건 없다. 지금처럼, 눈썹과 입술을 완만하게 휜 채 미소지을 뿐이다.

  "뭐가."
  "풀고 가요. 아까 쿠로코랑 마주친 뒤부터 기분이 나빠 보이는걸요."

  퉁퉁대며 한 마디를 돌려주자, 후리하타가 한 발 다가와 코앞에 선다. 그대로 팔을 두르면 온 품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가깝다. 반 뼘 넘게 아래에 있는 걸 시선을 끌어내려서 쳐다보자, 얼핏 고양이와 여우를 반반 닮은 듯한 눈매가 신경쓰였다.
  그렇게 안 생긴 주제에, 날카롭다. 니지무라는 후리하타와 함께 걷던 도중 쿠로코와 마주쳤고, 후리하타가 쿠로코와 친근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걸 보고 짜증이 났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 굳이 말로 옮길 만한 이유는 없다. 상대는 자기도 아끼는 중학교 시절 후배였고.

  "늦지 않게 제대로 전달해 둬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냐."

  전달, 말이지. 니지무라는 엄지손가락을 살짝 세워, 후리하타의 늘어뜨려진 눈썹을 따라 그리듯 쓸어내렸다. 미간에서 시작해서 뺨 방향으로 내려오면, 그대로 미미하게 내민 윤곽뼈를 따라 긋고, 천천히 입술 끝에 도달한다. 그제야, 어리면서도 얄밉도록 여유롭던 후리하타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말한 대로 해 주지."
  "잠깐, 니지무라 씨......"
  "후회하지 않게 말야."

  후리하타 코우키는 나이에 비해 현명하지만, 신중한 만큼 겁도 많다. 니지무라의 손가락이 입술 선을 덧그리자 금세 양눈을 꽉 감아 버린다. 주도권을 넘겨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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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11 백업)

사약 해시태그 했는데 후리하타와 니지무라가 나와서......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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