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황립/키카사] 자국 02 본문

XOVER

[황립/키카사] 자국 02

motschi 2016. 2. 10. 18:00


  카사마츠는 어떤 타입이냐 하면 어깨가 단단하고 등이 곧으면서 언제나 강건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마주치는, 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끌면서 눈을 비비는 모습이어도 그랬다. 가끔 키세와 둘이 있는 걸 보면 반 뼘 넘게 키 차이가 있는데도 절대 지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말을 하면서 등허리를 쥐어박고 허벅지를 차는 건 카사마츠였다. 오이카와를 때리는 이와이즈미를 보고 켈록켈록 기침처럼 웃는 얼굴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공기 속에서 신음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현관은 자동 도어락으로 되어 있으니 이와이즈미는 이만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지만, 잔다더니 금방 잠들지도 못하고 이를 악문 것 같은 소리를 내고 있으면 이건 좀 곤란했다.


  “카사마츠 씨, 몸살 맞아요? 어디가 아파요?”

  “머리……가 조금…….”


  머리가 아프다고 대답하면서 웅크린 몸은 배를 끌어안고 있고, 어딘가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아픈 것처럼 뺨을 베개에 비빈다. 이와이즈미가 조금 두려워하면서 이마에 손을 올리자 아주 약간 열이 느껴졌다. 평열과 미열의 어중간한 경계. 이건 감기도 몸살도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니 반쯤 감은 카사마츠의 눈은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

  숨이 막혔다. 그런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눈물이 흉터처럼 짓눌려 번진 위로 다시 촉촉하게 배어나오는 건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오이카와는 어떤 밤에도 그가 이렇게 부서지도록 두지는 않았다. 밤낮 없이 바쁜 사람은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고 나가도 되는 건가, 화가 났다. 키세는 당장 촬영에 들어가도 좋을 만큼 깔끔한 트렌치코트 차림이었다.


  “약으로 되겠어요? 병원 가요. 경찰도 부를까요?”

  “아니, 아니, 무슨 소리야.”


  힘 빠진 목소리가 다급하게 이와이즈미를 불러세운다. 카사마츠는 기력을 쥐어짜내서 필요 없다는 말을 몇 번이고 주워섬겼다. 이와이즈미를 똑바로 올려다보는 눈이, 들여다보기에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데도 무섭도록 흔들림이 없었다.


  “키세가 요즘 얼마나 바쁜지 아냐. 이런 짬 내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러고 보니 어젯밤 키세는 자정이 지난 뒤에 들어왔었다. 현관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확실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카사마츠가 울며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고, 새벽에는 다시 키세가 집을 나섰다. , 짬이라 이거지. 출퇴근이 불규칙한 건 안 된 일이지만 굳이 그 짧은 사이에 짬을 내서 애인을…….

  카사마츠의 눈빛은 화가 날 정도로 맑았다. 이와이즈미가 상상하고 싶지 않은 고통에 잘게 떨고 있으면서도 키세에 대한 믿음만큼은 뿌리가 깊었다. 그게 미련한 건지 아닌지는 이와이즈미가 판단할 만큼 단서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카사마츠가 몸으로 뭉개고 있는 시트를 당겨 펴고,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을 모아서 휴지통에 넣는 것으로 모든 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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