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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황립/키카사] 자국 01 본문
* 킷님이 풀어주시는 금썰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관찰자 옆집 급암
어느 맨션 높은 층의 한 칸에서는 밤마다 울음 섞인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얼굴을 베개나 매트리스에 처박은 채로 한 번 죽인 후에 비어져 나오는 소리라서, 아주 조용할 때 옆집 또는 바로 앞 복도에서나 간신히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그 집은 키세 료타를 세대주로 하고, 그의 애인이라는 카사마츠 씨가 함께 살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키세는 일을 하러 가는 듯 언제나 외출복을 차려입은 상태고, 카사마츠는 대개가 잠옷 같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대학생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인가로 휴학을 한 건지도 몰랐다. 이와이즈미는 그걸 캐묻기는 조금 껄끄럽다고 생각해서 간간이 인사나 하고 지나갔는데, 아무래도 밤마다 누군가가 앓고 있는 건 그냥 두기 좀 안 좋았다. 오이카와가 성벽(性癖)이니 뭐니 떠드는 말이 아주 헛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과연 저 정도인 게 정상 범위인가, 그건 의문이었다.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뒤로는 카사마츠의 얼굴을 보기가 더 어려워졌는데, 거의 열흘 만에 마주친 카사마츠의 눈이 벌겋게 짓물러 있는 것을 보고 이와이즈미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분명히 오늘 새벽 키세가 출장을 간다며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건 밤새 억눌린 비명소리와 울음이 벽을 타고 들려온 뒤였다. 약국 이름이 써진 비닐봉지를 든 카사마츠는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하고 다리를 약간 끌고 있었다.
“어디 아파요?”
“아, 이와이즈미. 약간 몸살 기운이…….”
얼버무리는 입가가 포진처럼 약간 터져 있는 건 애써 외면했다. 몸이 약해지면 포진은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가벼운 징후일 뿐이다. 감기 몸살이라면서 비닐봉지 안에 진통제가 가득 들어 있는 것도, 어쩌면 카사마츠의 몸살은 두통이 심한 타입이라서일지도 모른다. 이와이즈미는 실체 없는 두통이 자기에게 전해지기라도 한 듯이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고, 엉거주춤하게 선 카사마츠를 재촉해 키세 료타의 집으로 향했다. 걷는 것도 후들거릴 만큼 아픈 걸 본 이상 죽이라도 끓여 주는 게 이와이즈미의 성격에 맞았다.
“……카사마츠 씨.”
“미안, 지금 뭐 먹기가 힘들어서.”
데려다 줘서 고마워. 진통제 반 박스 분량을 다 뜯어서 한번에 삼키더니 침대로 구물구물 들어가는 걸 보고 이와이즈미는 공포와 같은 분노를 느꼈다. 그 침대 시트가 다 구겨져서 이미 시트의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도, 흰 시트지만 못 보고 지나갈 수 없게 뿌연 얼룩이 남아 있는 것도, 바닥에 작은 비닐 껍질과 로션 통 같은 것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것도, 모두,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청소는 좀 자고 하려고. 집이 더러워서 미안. 그렇게 웅얼거리더니 베개에 얼굴을 묻어 버린다. 만성 기침처럼 붙어 버린 신음소리가 베갯속으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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