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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

[쇼리] 쇼리랑 카페에서 공부하는 썰

motschi 2014. 9. 14. 01:50



드림물 주의

 

***





테이블 건너에서 열심히 프린트를 읽어내려가고 있는 남자를 흘끔 바라본다. 이따금씩 안경을 치켜올리는 모습이 정말 모범생같은 사람이다. 라떼를 가져다 줬는데 점점 식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프린트를 정독한다. 별로 멋은 부리지 않지만, 수수하니 잘생긴 외모다. 둥근 금속 테 안경은 유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나이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평범한 아이보리색 남방도, 의외로 어깨가 넓고 단단한 듯해서 괜찮아 보인다. 다만, 한 모금 마시더니 거의 손도 안 댄 그의 라떼가 신경쓰였다.

 

"시부야."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본다. 집중하고 있었는지 살짝 미간을 찡그리고 있다.

 

"커피 식으면 맛없잖아."

 

그제야 그는 프린트를 내려놓고, 라떼 잔을 잡았다. 딱히 커피를 싫어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커피가 식으면 식는 대로 마시는 주의인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라떼를 한 모금 크게 마셨다. 그리고 굳이 그것을 지적한 나를 바라보며, 속을 들여다본 듯이, 말했다.

 

"너, 공부하기 싫지."

 

아, 들켰다. 나는 슬쩍, 테이블에 올린 팔에 얼굴을 묻었다. 벌써 십 분도 넘게 딴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요즘은 공부할 생각이 안 드는걸. 교수님을 만나고 오거나,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거나, 뭐 그러면 간단하게 산책 다녀올 힘조차도 없어지니까. 집에 들어가면 정말 축 늘어져 버리니까 오늘은 특별히 카페에서 공부해 보자 하고 시부야까지 부른 건데. 자기 전공에 심취한 상경계열 남자는 알아서 공부도 잘했지만, 문제는 나였다. 머리를 쓰니까 당분이 있어야겠지 하고 시럽까지 많이 넣은 내 라떼는, 하릴없이 쪽쪽 빨아대서 벌써 반이나 줄어 있었다.

 

"쇼-쨩."

"...우리 엄마같이 부르지 마."

 

아- 예예, 시부야 씨. 성의 없게 대답하자 그의 손이, 아직 엎어진 채인 내 뒷머리를 만져 헝클어뜨렸다. 직접 닿아서 새삼, 손도 참 크다고 느꼈다.

 

"오늘 하루 힘들었어?"

 

머리카락을 부비던 손바닥이, 이번에는 가볍게 머리를 토닥토닥한다. 그가 가끔 이렇게 진지한 목소리를 내면, 생각보다 낮고 부드러운 톤이다. 바닐라시럽 같은 단맛이 쨍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 봤겠지, 하지만 그는 못 본 척해 준다. 토닥토닥.

 

"...응."

 

 

 

 

 

 

 

 

 

 

#

알바끝나고 만나고싶은 시부야 쇼리 @.@

하지만 쇼리는 집에 가면 일코를 벗어던지고 미연시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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