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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모델 키세료가 이번에는 가수에 도전했다. 중학교 때 아동과 하이틴의 경계에 선 모델로 잡지 데뷔를 하고, 몸도 인지도도 착실하게 성장했다. 중학교 2학년부터는 농구를 시작해 거기서도 승승장구, 패션잡지뿐 아니라 월간농구에도 간간이 얼굴을 내밀게 됐다. 농구를 한 덕분인지 원래부터도 쭉쭉 길던 몸이 탄탄하게 자라서, 성인이 되고 나면 정말 어디까지 뜰지 모르겠다고 관계자는 웃었다. 인기가 많아지고부터는 생활 면에서도 신경써야 할 게 늘어났지만 키세는 원래가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학교에서 마주치거나 가끔 찾아오는 팬들과의 관계도 오케이, 중3 겨울쯤부터 시작하게 된 블로그 운영도 오케이. 키도 크고 잘생겼는데 이것저것 잘하는 것도 많고 성격도 서글서글하니 좋다. 그것은 비슷한 또래에게..
햇볕이 뜨거운 것 정도는 참을 만하다. 막 쿨링다운을 끝낸 몸에 용서 없이 내리쬐지만, 저녁이 다 되어 어느 정도 기울어 내린 볕은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오늘따라 높은 습도가 불쾌했다. 져지를 입으면 금방 땀이 찼고 벗으면 더운 공기에 손목을 붙들리는 것 같이 무거워졌다. 카사마츠는 멍하니 벌린 입으로 더운 숨을 내뱉다가, 곁에서 같이 걷는 키세가 표정만큼은 멀쩡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엄청 더운데, 더워 보이는데, 표정이 하나도 무너져 있지 않다. 역시 모델님. "선배, 마지바 안 들를래여? 더워서 더 못 걷겠슴다.""갈래." 저렇게 산뜻한 얼굴로 더워서 못 걷겠다니. 하지만 이러저러한 말을 덧붙이는 것조차도 지쳐, 카사마츠는 쉽게 승낙했다. - 마지버거의 유리문을 밀어 열자 ..
# 0729 인터하이 4강전 "카사마츠 선배는 어디 갔슴까?""아ㅡ 우리 먼저 가래. 남아서 할 게... 야, 키세!" 아직 힘이 다 돌아오지 않은 발목이며 무릎이 조금 후들거렸지만 키세는, 방금 나섰던 락커룸으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력을 다한 경기에서 지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 혼자 남은 주장이라니. 카사마츠를 혼자 남겨둔 선배들의 뜻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키세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한 마음을 정리하는 건 굳이 지금, 여기가 아니어도 좋을 것이었다. 아무리 졌더라도, 그 책임을 지는 것이 주장이더라도, '...생일을 이렇게 보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슴까!' 내 생일은 인터하이 기간 중이니까 신경 안 써도 돼. 한 달 먼저 자기 생일선물을 잔뜩 받은 키세가 카사마츠의 생일을 물..
지금 카이조 고등학교 남자 농구부의 주장은 카사마츠 유키오다.그리고 나, 모리야마 요시타카는 그 카사마츠의 형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카사마츠가 1학년이었을 때는 키도 160 정도로 작고 지금보다도 훨씬 어려보이는 얼굴이었다. 정신연령과는 관계없이 눈이 커다랗고 볼살이 남아있으면서 짧은 앞머리 아래 드러난 이마도 동그란 게 톡톡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나도 지금보다는 작았지만 카사마츠보다는 컸다. 코보리와 둘이서 카사마츠를 가운데 두고 서면 혼자 아래로 푹 꺼지는 높이. 카사마츠는 일일이 딴지를 걸었지만 우리는 얘를 막내동생처럼 귀여워한 편이었다. 농구부에 입부해서 처음 져지를 살 때, 카사마츠는 앞으로 키가 클 거니까 한 사이즈 크게 입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 진짜로 (다행히) 쑥쑥 크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