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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부활동 시작 직전, 간당간당하게 체육관에 온 카사마츠는 어딘가 지쳐 보였다. 평소 같으면 다른 부원들보다 먼저 와서 그날의 메뉴가 적힌 파일 철을 훑고 있었을 것을, 오늘은 먼저 와 있던 코보리가 대신하고 있다. 모리야마와 둘이서 조금 늦게 옷을 갈아입고 온 것을 보면 청소 당번이기라도 했던 걸까. “잘 갔다 왔어? 자, 이거.” ㅇㅇ. 카사마츠는 의욕이 반쯤 날아간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코보리가 건네는 메뉴를 받아들었다. 얼핏 보면 약간 기분이 나쁜 것 같이도 보인다. 늘어선 부원들 중 가장 앞 열에 서서 리드를 기다리고 있던 키세는, 자연히 그 표정을 살피게 됐다. “괜찮아? 오늘 지도는 내가 할까?” 또 ㅇㅇ. 코보리가 살짝 시선을 낮춰서 다정하게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거기에 성의 없게 고개를 ..
ㄷㅌ님의 프랑켄황립의 3차창작을 한 ㅈㅁㄴ님의 그림을 보고 4차창작을 조금 끄적여 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 *폰작성 퀄 주의* --- "선배, 한계죠?" 나긋한 목소리에 카사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몸 곳곳이 어둠 속으로 끌려 내려가는 듯 불쾌한 감각이 스멀거리고 있던 참이다. 맑게 빛나야 할 고등학생의 얼굴은 푸석하게 말라 비틀어져 갔다. "......" "새 걸 구해 왔슴다. 자, 얼른." 키세는 카사마츠의 손을, 손등 위로 자기 손을 걸듯이 해서 그러잡았다. 흡사 나뭇등걸처럼 마른 손이 키세의 손에 붙잡혀, 조금 이끌려가는 듯하다가는 힘없이 뚝, 하고, 원래 있던 곳에서부터 끊기어 떨어진다. 손목에 그린 것 같은 붉은 선이 둘러져 있다가는 절단면이 되어 버린다. "봐요, 이렇게 망가져 버렸잖아. 어서 새..
"선배." 어딘가에 올리려다 만 손바닥은 힘을 쭉 빼서 금세 도로 오그라진다. 키세는 그것을 대충 후드 앞주머니에 쑤셔넣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엉." 두 발 앞에서 베란다 문틀에 걸터앉은 카사마츠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한다. 아직 트레이닝복 차림인 등에, 잠버릇이 약간 남은 뒷머리. 그 위로 가늘게 희끄무레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주말 오전을 침대에서 날려 버린 뒤에 처음으로 입에 대는 것은 아침밥도 키세의 입술도 아닌, 담배다. 키세는 보폭을 크게 해서 한 발 반으로 카사마츠의 옆을 뛰어넘었다. 지난 밤 닫아 놓은 상태 그대로인 창문을 열기 위해서다. "피우려면 창문을 열어야 할 거 아님까!" "어--." 나른하게 끄는 목소리는 얼굴과 완벽한 매칭. 봄 볕에 익힌 고양이 같은 표정은 키세가 사..
아직도 그 날 그 순간이 꿈에 나타난다. 단 한 순간, 그야말로 찰나의 일이었다. 눈도 채 깜빡이지 않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도 아니다. 단지, 손 안의 공을 스몰포워드 선배에게 패스하려던 순간에 축으로 하던 발이 아주 조금 미끄러졌을 뿐이다. 그것은 발을 디딘 자기 자신밖에는 느낄 수 없는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결과를 말하자면 변명조차 할 수 없게 참담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무게 중심이 비껴나가면서 흔들린 자세는 그대로 패스 미스로 이어졌고, 공은 상대 선수에게 스틸당했다. 디펜스를 뚫고 네트에 걸리는 공. 버저 소리. 카사마츠는 헉 하고 삼켜져 버린 자기 숨소리가 그대로 멈추는 것을 느꼈다. 끝나 버린 것이다. 여름이, 통째로. 단 몇 밀리미터의 마찰 때문에. 선배에게 맞고 며..
색연필 키세가 자율 연습을 마치고 부실로 돌아왔을 때, 카사마츠는 부지 대신 모의고사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문제를 다 풀고 채점하는 중인지, 한 손에는 답지를 든 채 머리가 좌우로 왔다갔다하고 있다. 색연필이 신경질적으로 종이를 긁는 소리. 그게 이상하게 마찰음이 크다 싶어서 보면, 빨간 색연필 심이 다 뭉툭해져서 연필 나무 안으로 들어가 있다. 키세는 카사마츠의 어깨 너머로 손을 넣어 그것을 잡아챘다. "깎아 줄게요." “...” “잠깐 쉬고 있어요.” “키세.” 부실 책상 앞에 앉은 채로 머리만 젖혀 키세를 올려다보는 카사마츠의 눈에는 피곤이 가득했다. 그 피곤이 쌓이고 뭉쳐서 얼핏 흘러내리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 키세는 색연필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의 뺨을 토닥였다. 가엾기도 하지, 선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