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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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

[유콘유] Stockholm Syndrome

motschi 2016. 2. 28. 00:22



  허리가 뻐근하게 비명을 질러서 잠에서 깼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몸이 불편한 자세로 구겨져 있다. 물론 몸의 통증은 몇 시간 정도의 자세 같은 사소한 것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정중하게 안겨서 남의 손에 씻겨지고 옷을 갈아입혀지는 일련의 과정들 덕분에 말끔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빠르게 씻겨 나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구겨질 정도로 작은 여유 공간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안겨 있던, 지금도 온몸으로 내 체온을 지키고 있는 남자가 그 증거다. 아니, 그 자체다.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근육이 갈래갈래 당겨지는 것 같아서 살짝 몸을 비트니까, 자유를 반쯤 빼앗긴 한쪽 발목에서 묵직한 부자유가 느껴졌다. 절그럭, 무거운 쇳소리. 이건 꿈이 아니다.


  “……유리.”


  잠깐의 소음은 남의 꿈도 흐트러뜨려 버린다. 언젠가부터 살얼음처럼 얕은 잠에만 들게 된 웰러 경은 내 작은 움직임에도 금세 눈을 떴다. 그리고 바삭바삭 말라서 끝부터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아까는, 잠들기 전에는 그렇게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처럼 뜨겁게 적신 목소리였으면서.


  “응, 콘라드. 깼어? 미안.”

  “어디 가?”

  “안 가. 콘라드가 계속 안고 있는 걸.”


  그러니까 좀 더 자. 괜찮으니까. 아직도 단단히 나를 안고 있는 등을 마주 안고 살살 쓸어내렸다. 등에서 손바닥으로 닿는 숨의 리듬이 점점 안정을 찾는다. 얇게 붕대가 감긴 양 손목이 계속되는 마찰에 쓰라리기 시작하지만, 누구보다도 상처내고 상처나는 일에 익숙한 전장의 검호는 나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어떻게 손을 대면 어느 정도로 다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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