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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황립 계절 합작 '겨울'로 참여했습니다!다른 분들의 꿀같은 연성은 여기에~ >>> groo29.wix.com/kikasalove *** 순록 샌드위치 요정Yukio Rovaniemelta 밤새 달린 기차의 창은 바깥에 두껍게 언 얼음만큼이나 차가웠다. 끝이 둥글려진 네모 모양의 창문에 뺨을 찰싹 붙이고 한숨을 내쉬자 뿌옇게 김이 서렸다가 금세 거두어진다. 지난 밤 장난으로 찍어 놓은 발바닥 모양의 손가락 자국이 희미하게 겹쳐 보였다. “------Rovaniemi, Hertz Rovaniemi Rautatieasema.” 로바니에미. 생소한 말뿐인 안내 방송에서 목적으로 하는 이름을 찾아낸 키세는 그제야 창문에서 얼굴을 뗐다. 버스를 타고, 꽝꽝 언 커다란 강을 지나서 두툼하고 딱딱한 얼음으로 된 골목을..
그러니까, 일일이 말하기엔 너무 사소하다니까요. 아니, 안 싸웠슴다. 집 나온 거 아니냐고? 아님다. 그냥 잠깐 외출이에요. 내가 여기 왔는지까지 선배가 알 필요는 없잖슴까, 애도 아니고. 그보다 거기,마실 거 좀 없슴까? 아니, 탄산 말고요. 입 안에 상처가 나서. 포카리임까? 고맙슴다. 맞아요, 상처 났슴다. 이거 왜 이런지 앎까? 아, 뭘 보여달라는 검까. 웃기지 마요. 쓰라리다고. 이거, 선배의 무신경함의 상징임다. 아니면 폭력성임다! 이건 폭력임다! 절대로 고의임다. 분명히……, 어젯밤에 XXXX 한 걸 마음에 담고 있는 거라고요. 아니면 그저께? 선배가 싫다고 했는데 내가……, 아, 아님다. 사실은 저번 주에 해외 촬영을 가는데 선배 팬티 한 장을 슬쩍……, 변태 아님다! 선배를 일 주일이나 ..
별 건 아니고, 어젯밤의 주제는 우승 축하였다. 2011년의 카이조는 가장 좋은 끝을 맞았고 키세는 한 점 미련도 없는 3년을 마무리했다.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에는 조금 울었지만 오후에서 저녁을 지나 늦은 밤이 될 때까지 떠들고 웃을 일밖에는 없었다. 고기 먹고, 밥 먹고, 다시 고기 먹고, OB들이 모인 옆 테이블에서는 맥주병을 펑펑 따고. 나중에는 뭘 위해 모였는지조차 기억 안 날 정도로. 막차 시간이 아슬아슬해질 때쯤 회식이 끝났다. 조금 아쉽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얼굴에 드러났는지, 레귤러 몇 명이 키세의 뒷덜미를 잡고 키세의 맨션으로 직행했다. 거기에는 바로 오늘까지 합을 맞춘 레귤러 멤버들은 물론이고, 키세가 처음으로 마음을 허락한 코보리와 모리야마, 하야카와, 그리고, 카사마츠가 있었다. ..
사립대학 모의시험 결과가 나오고 이틀 후, 카사마츠는 키세를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윈터컵이 끝난 뒤 주장으로서 주변 정리를 하고, 우울에 빠질 뻔한 에이스를 달래고, 혼자 조금 울고 나자 그제야 농구 바깥의 현실이 닥쳐온 것이다. 멍하니 시간의 흐름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커다란 영문자로 피부에 부딪힌다. 사립OO대학, "C."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진학할 수 있는 대학은 불안으로 가득한 카사마츠에게는 온통 어둡고 험한 길로 보일 뿐이었다. 대학 데뷔, 미팅, 엠티, 술. OO대에는 예쁜 여자애들이 많대, OO대는 OO여대랑 미팅을 많이 한대. 주변에서는 밝은 것만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 모든 게 현실감이라고는 시험까지 남은 날짜만큼도 없어 보인다. 적절히 구겨져서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파자마 ..
부활동 시작 직전, 간당간당하게 체육관에 온 카사마츠는 어딘가 지쳐 보였다. 평소 같으면 다른 부원들보다 먼저 와서 그날의 메뉴가 적힌 파일 철을 훑고 있었을 것을, 오늘은 먼저 와 있던 코보리가 대신하고 있다. 모리야마와 둘이서 조금 늦게 옷을 갈아입고 온 것을 보면 청소 당번이기라도 했던 걸까. “잘 갔다 왔어? 자, 이거.” ㅇㅇ. 카사마츠는 의욕이 반쯤 날아간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코보리가 건네는 메뉴를 받아들었다. 얼핏 보면 약간 기분이 나쁜 것 같이도 보인다. 늘어선 부원들 중 가장 앞 열에 서서 리드를 기다리고 있던 키세는, 자연히 그 표정을 살피게 됐다. “괜찮아? 오늘 지도는 내가 할까?” 또 ㅇㅇ. 코보리가 살짝 시선을 낮춰서 다정하게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거기에 성의 없게 고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