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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날
[청립/아오카사] 조각글 백업 본문
속눈썹
“너, 속눈썹 기네.”
심드렁하게 잡지를 뒤적이던 아오미네는 아래에서 똑바로 세운 손가락과 함께 목소리가 올라와, 시선을 아래로 했다. 자기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카사마츠가 빈둥대고 있다. 앞쪽에 TV를 켜 놓긴 했지만 그걸 보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카사마츠는 검지손가락을 뻗어 아오미네의 눈가로 가져갔다.
“그래?”
“안 그렇게 생겼는데.”
“그렇게 생긴 게 뭔데.”
끝이 단단한 손가락이 거침없이 아오미네의 눈꺼풀을 훑는다. 가늘게 뻗은 아오미네의 눈매는, 자세히 뜯어보면 뜻밖에 섬세하다. 일부러 힘을 주고 있지 않다면 완만한 곡선으로 끝이 올라가는 외꺼풀에, 남자치고는 속눈썹이 길고 숱도 많다. 그러고 보면 그 위, 눈썹도 곱게 가늘다. 이런 건 아예 타고나야 한다는 걸, 억세고 굵은 눈썹의 카사마츠는 잘 알고 있다.
간질간질 신경쓰이게 눈매를 훑는 카사마츠의 손가락을, 아오미네는 손목째로 붙잡았다. 얼마 동안이나 자기 얼굴을 뜯어보고 있었던 건지, 생각하면 귀엽게 느껴졌다.
그림자밟기
빛은 달빛뿐이다. 직접 비치지도 않는데 방 안과 방 밖의 밝기가 구분되는 게 신기했다. 어둠과 어슴푸레함의 경계.
누에고치처럼 이불에 둘둘 말린 카사마츠는 그 이불째로 몸을 앞으로 웅크리고 있다. 침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는 모습에, 아오미네는 픽 웃었다. 카사마츠를 먼저 씻게 한 뒤 선언처럼 침대에 앉혀 놓았더니 쭉 저 상태다. 아오미네가 뒤이어 씻고 나올 때까지 계속 저렇게 쪼그라들어 있던 걸까.
“유키.”
“......”
카사마츠의 앞쪽, 푸르스름한 먹색 어둠이 깔린 바닥 위로, 아주 조금 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온 몸을 힘주어 웅크리고 있어도 작디작게나마 그림자는 생기는 법이다. 아오미네는 카사마츠를 덮어싼 이불이 굽어져 있는 방향, 얼굴이 있을 걸로 추측되는 쪽으로 가 쭈그려 앉았다. 그림자 위에 올라서기라도 한 듯이.
“유키 그림자, 잡았는데.”
“......뭐.”
“그럼 유키는 내 거지?”
아직 온탕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손을 이불 틈으로 쑥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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